2025-05-15
<와호장룡(臥虎藏龍)> 스틸컷
“아뵤!” 하는 추임새와 함께 쿵푸 스타가 빠르게 주먹을 날리고 공중으로 뛰어올라 발차기를 하는 장면은 해외 관객들이 중국 영화 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장면일 것이다.
올 2월 기준, 중국 영화의 해외 흥행 수익 Top 10은 <와호장룡(臥虎藏龍)>(2000), <영웅(英雄)>(2002), <십면매복(十面埋伏)>(2004), <적벽(赤壁) 상, 하>(2008, 2009), <쿵푸(功夫)>(2004), <홍번구(紅番區)>(1995), <영룬대결(英倫對決)>(2017), <맹룡과강(猛龍過江)> (1972), <곽원갑(霍元甲)>(2006) 순이다.
영화 장르를 분석해 보면 흥행 수익 상위 1~3위는 모두 고전 무협물로 <와호장룡>이 해외 흥행 수익 2억 1300만 달러, <영웅>이 1억 4900만 달러, <십면매복>이 8002만 달러를 기록했다. 4위와 5위인 <적벽 상, 하>는 1억 4900만 달러였다. 나머지 다섯 편은 쿵푸 스타인 청룽(成龍, 성룡), 리샤오룽(李小龍, 이소룡), 리롄제(李連杰, 이연걸)이 주연이거나 작품 속에 세심하게 설계된 무술 신이 대거 등장한다. 중국 쿵푸 영화의 해외 흥행 포인트를 알 수 있다. 1970년대 쿵푸 스타 이소룡의 영화가 ‘쿵푸(Kung Fu)’라는 단어를 영단어에 포함시킨 이후 중국 영화의 세계 진출 선구자인 쿵푸 영화는 해외에서 중국 문화의 기본 인상을 만들었고 중국 영화의 해외 전파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유랑지구2(流浪地球2)> 포스터
기울어진 저울
21세기 들어 중국 영화계 전반에 걸쳐 산업화 수준이 높아지고 시장 또한 빠르게 성장하면서 중국 영화의 해외 전파도 변화가 생겼다.
21세기의 첫 10년 동안, 중미 합작 영화 <와호장룡>이 전 세계에서 메가 히트를 거두자 중국 영화인들이 해외시장을 주목하기 시작했고 오스카상 도전이라는 야망을 키웠다. 이 시기에 <영웅>과 <적벽> 등 무협과 역사 소재의 중국 영화가 <와호장룡>의 성공 모델을 복제하고 대규모 투자와 제작, 고대를 배경으로 한 시각적 경이로움을 통해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2012년 중국은 연간 총 흥행 수익 170억 위안(약 3조 3400억 원)으로 전 세계 2대 영화 시장으로 성장했다.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거대한 내수 시장 덕분에 중국의 영화 산업 종사자들은 국내 관객의 니즈를 만족으로 눈길을 돌렸다. 21세기의 두 번째 10년 동안, 무협 영화 대작은 점차 빛을 잃어갔고 코미디와 전쟁, 판타지, 애니메이션 영화 등 번갈아 부상하면서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러나 소재가 다양한 중국 영화는 해외 시장에서 무협물과 역사물의 영광을 잇지 못했다. 한 업계 인사는 중국 영화의 국내외 영향력 상황을 저울에 비유하며 “저울 한 쪽 끝은 하늘에, 다른 쪽 끝은 땅에 묻혀 있다”라고 했다.
다행히도 2019년과 2023년 개봉한 SF 영화 <유랑지구(流浪地球)> 1, 2부가 이 불균형한 판도를 뒤흔들었다. <유랑지구>는 해외 화교 커뮤니티 내에서만 확산되던 작은 울타리에서 벗어나 현지 관객을 대거 동원했다. <유랑지구 2>는 해외 박스오피스 수익은 1000만 달러가 넘었고 영화 리뷰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에서 영화 평론가의 평가인 신선도 78%, 일반 관객의 평가인 팝콘 지수 97%를 기록했으며, 영화 사이트 IMDb 평점이 7.9/10에 달하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흥행 성적이나 입소문 모두 최근 해외 진출한 중국 영화 가운데 가장 좋은 성과를 거뒀다.
2025년 2월 22일, 홍콩 완차이(灣仔)의 한 제과점 쇼케이스에 진열된 영화 너자(哪吒) 캐릭터 케이크 앞에서 시민이 발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고 있다. 같은 날, 인기 애니메이션 영화 <나타지마동요해>가 홍콩에서 정식 개봉했다. 사진/ CNSPHOTO
해외 배급, 갈 길 멀어
정교하고 아름다운 시각 효과와 전 해외 관객에게도 낯설지 않은 세계 종말을 소재로 한 <유랑지구> 시리즈는 국제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해외 배급 측면을 살펴보면 배급 채널 부족과 해외 극장에서의 제한적인 상영 횟수는 지난 10년 동안 중국 영화가 영화 품질과 홍보 전략만으로는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걸림돌이었다. 영화감독 궈판(郭帆)은 “<유랑지구 2>는 북미 지역 개봉관이 100여 개에 불과했다. 통상적으로 2000개 관 이상은 확보했어야 하는데 우리는 점유율이 5%에 불과했다”라고 토로한 바 있다. 올해 중국 영화 최초로 100억 위안 이상의 박스오피스 수입을 기록한 영화 <나타지마동요해(哪吒之魔童鬧海, 나타: 악동의 바다 소동)>도 비슷한 어려움에 처했다. 이 영화는 북미와 호주, 뉴질랜드에서 지난 20년간 중국어 영화 배급사들의 기록을 넘어선 총 상영관 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시기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4>는 북미 시장에서 약 4000개 극장에서 상영한 반면 <나타지마동뇨해>는 700여 개 극장에서만 상영되는데 그쳤다.
해외 배급의 취약점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중국과 해외 기업의 공동 투자, 제작 및 배급은 해외 진출의 중요한 경로다. 2023년 10월, 소니 픽처스는 중국에서 흥행 수익 50억 위안 이상을 돌파한 영화 <니하오, 리환잉(你好, 李煥英)>의 영문 리메이크 판권을 구입하고 이 영화의 감독 자링(賈玲)을 집행 프로듀서와 총괄 제작으로 초빙했다. 이는 할리우드가 처음으로 중국의 코미디 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으로 중국어 영화와 중국어 스토리의 해외로 뻗어나가는 데 주목할 만한 행보였다. 수많은 중국 관객을 울고 웃게 만든 보편적인 모녀간의 따뜻한 정이 리메이크를 통해 더 많은 세계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 국제적인 협업의 성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 밖에 최근 몇 년간 스트리밍 미디어(예: OTT)의 빠르게 성장하면서 해외 스트리밍 미디어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중국 영화가 해외 극장 체인 자원 부족이라는 현실적 제약을 타개하는 데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영화를 해외 스트리밍 미디어에 업로드하는 뉴미디어 판권 회사인 화스왕쥐(華視網聚)는 이 영역의 무한한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첫째, 스트리밍 미디어는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극장처럼 스크린 수의 제약이 있어 일부 주요 콘텐츠만이 해외 스크린에 걸릴 수 있는 것과는 달리 스트리밍은 다양한 소재와 규모의 영화가 모두 존재한다. 둘째,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최신작뿐 아니라 시대를 초월한 명작 또한 스트리밍 미디어에 공개돼 꾸준한 시청과 높은 관심을 확보할 수 있다.
한때 쿵푸 영화가 전 세계를 휩쓸었던 영광의 시대부터 다채로운 장르의 영화가 만개하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또한 전통적 극장 배급 중심에서 다양한 채널을 동시 추진 전략으로 변화하기까지, 중국 영화의 해외 진출은 번영과 침체를 경험했다. 쿵푸 영화가 중국 영화를 세계 무대에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지만 진정으로 전 세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문화적 장벽을 넘어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며 상호 이해를 증진하기까지는 아직 험난하고도 긴 여정이 남아있다. 이는 중국 영화인들이 끊임없이 숙고하고 매진해야 할 숙명과 같은 과제다.
글 | 왕자오양(王朝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