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4
오색찬란한 빛깔의 후난성 장가제 국가삼림공원 금편계곡이 황홀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우링(武陵)산맥 한복판에 위치한 장자제의 지질학적 변화는 가히 ‘자연이 일궈낸 기적’이라 할 수 있다. 약 3억 8천만 년 전 이 지역은 광활한 바다였고 해저에는 두께 500m가 넘는 석영 사암층이 퇴적돼 있었다. 그 뒤 격렬한 지각 융기로 암석층이 솟아올랐고 수억 년에 걸친 비바람과 유수의 침식 작용을 거쳐 점차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사암봉림(砂巖峰林) 지형이 형성됐다. 오늘날 장자제는 세계 최초의 지질공원 중 하나이자 중국 최초의 국가삼림공원인 동시에 중국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정교하게 가꿔 놓은 분재(盆栽)를 웅장하게 펼쳐놓은 듯한 선경(仙境)의 축소판’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수억 년에 걸친 지질 운동의 방대한 서사를 보여주고 있다.
후난성 장자제 국가삼림공원을 찾은 한국 관광객들이 꽃밭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장자제 국가삼림공원,
삼천기봉(三千奇峰)과 팔백벽수(八百碧水)
장자제 국가삼림공원에 들어서면 3000여 개의 기이한 봉우리가 각기 다른 자태로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있다. 날카로운 검이 창공을 찌르는 듯, 선녀가 우아하게 물결 위에 서있는 듯, 구름을 지르밟은 낙타의 그림자가 느릿느릿 걷는 듯한 느낌 등 각각의 봉우리에는 조물주의 오묘하고 경이로운 손길이 아로새겨진 듯하다. 골짜기 사이로 구름과 안개가 은빛 물결처럼 흐르고 그 틈새마다 폭포와 계곡이 별처럼 흩뿌려져 절경을 이룬다. ‘산은 물로 인해 기이하고, 물은 산으로 인해 수려하다(山因水奇, 水因山秀)’라는 말처럼 한 폭의 두루마리 그림이 연상되는 풍경이다.
관광객들이 주변 풍경을 감상하며 장자제 대협곡의 유리다리를 건너고 있다.
후난성 장자제 국가삼림공원 금편계곡에서 원숭이들이 물장난 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북쪽으로 향하다 보면 원가계(袁家界)에 도달한다. 우링위안(武陵源)구 핵심 관광지에 ‘영롱한 진주’처럼 자리 잡은 원가계에서는 험준하면서도 드넓게 펼쳐진 삼천 봉우리의 아름다움을 파노라마처럼 조망할 수 있다. 장자제의 ‘할렐루야산’이라 불리는 건곤주(乾坤柱)는 수직 150m 높이로 솟아 하늘을 떠받치고 있고, 산허리를 감싼 운무는 마치 신화 속 세계로 인도하는 듯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득히 1000m 떨어진 허공에는 자연이 빚은 석교(石橋)가 두 봉우리를 아슬하게 이어주고 있다. 약 20m 길이의 다리 아래로 펼쳐진 깊고 아찔한 협곡은 당장이라도 숨이 멎을 듯하다. 수만 년의 풍파를 거쳐 조탁(彫琢)된 이 천하제일교(天下第一橋)는 자연이 기나긴 세월 동안 경이로운 솜씨로 응집해 낸 가장 장엄하고 아름다운 작품이다.
후난성 장자제 국가삼림공원의 어필봉(御筆峰)
기암괴석의 깊은 품 안, 금편(金鞭)계곡은 푸른 옥으로 만든 띠처럼 산자락을 휘감아 흐르고 있다. 우뚝 솟은 금편암을 지나며 붙여진 이름, 금편계곡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협곡’ 중 하나로 손꼽힌다. 총 7.5km에 이르는 계곡을 천천히 거닐면 유장하게 펼쳐지는 긴 화폭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다. 아침 햇살이 1000m 높이의 봉우리를 뚫고 스며 나오면 계곡의 물결도 황금빛으로 변하며 반짝인다. 푸른 돌길을 걷다 보면 둑 양쪽으로 우거진 녹음과 만발한 꽃물결이 보이고 공기 중에는 풀잎과 나무의 싱그러움이 가득하다. 관측에 따르면, 이곳의 음이온 농도는 연중 내내 3만 개/cm³이상을 유지하며, 비가 내린 뒤에는 10만 개/cm³까지 치솟는다고 한다. 맑고 투명한 계곡물 속에는 물고기 그림자가 활기차게 움직이고 이따금 나무 끝에서 원숭이들이 재롱 부리는 모습이 포착되는데 그 생기 있는 실루엣이 물빛과 겹쳐져 일렁인다. 계곡물은 도어담(跳魚潭)으로 흘러가 비취색 깊은 연못을 이룬다. 매년 5월이면 국가 2급 보호동물인 중국장수도롱뇽(大鯢)이 이곳에서 알을 낳고 번식하며 산수 풍경에 생명의 활기찬 운율을 불어넣는다.
황금빛 아침 해가 후난성 장자제 국가삼림공원의 산봉우리를 비추고 있다.
천문산, ‘상시 제일신산’의 화려한 자태
장자제 국가삼림공원 외에도 예로부터 ‘상시(湘西, 후난성 서부) 제일신산(第一神山)’으로 불리는 천문산(天門山)은 남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이곳의 상징인 천문동굴은 세계에서 해발 고도가 가장 높은 천연 석회동굴로 높이 131.5m, 너비 57m, 깊이 60m의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구름 끝까지 닿아 있는 듯한 아득한 동굴 입구는 사계절 내내 피어오르는 운무로 신비로운 자태를 드러내는데, 그 황홀한 광경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흡사 신령의 도끼로 단숨에 쪼개져 만들어진 ‘하늘의 문’이 인간계와 신선계를 하나로 이어주는 듯하다.
장자제 국가삼림공원의 건곤주는 ‘할렐루야산’이라 불리며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신비로운 숲의 모티브가 된 곳이다.
장자제에서 무엇보다 관광객들의 심박수를 빠르게 하는 것은 공중 유리잔도(玻璃棧道)일 것이다. 길이 60m, 너비 1.6m의 이 투명 잔도는 산 높은 곳의 바위벽에 매달려 있다. 발밑에는 끝도 보이지 않는 1000m 깊이 협곡의 심연이 펼쳐진다. 맑게 갠 날에는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이 유리 바닥에 비쳐 마치 구름 위 사다리를 걷는 듯하다. 자욱한 운무가 피어오를 때면 잔도가 안갯속에 자취를 감춰, 마치 꿈길을 걷는 듯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유리잔도가 주는 짜릿한 전율과 감동은 매 걸음마다 잊을 수 없는 평생의 추억으로 남는다.
산 정상에 오르면 눈앞에 탁 트인 고원 지대가 펼쳐진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따라 설치된 귀곡잔도(鬼谷棧道)는 천 길 낭떠러지와 깊은 협곡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대자연의 경이로움에 절로 탄성을 내뱉게 된다. 천문산의 최고봉인 운몽선정(雲夢仙頂)은 구름과 안개로 둘러싸린 선경의 모습으로 등정자들을 맞이한다. 흐릿한 베일처럼 펼쳐진 구름의 바다 저편으로, 무수한 산봉우리들이 신기루처럼 아른거린다. 태허 선경 속으로 홀연히 빨려 들어가는 듯한 신비한 경험에 사로잡힌다.
후난성 장자제 천문산 관광지 산길을 따라 구불구불하게 난 도로
장자제 대협곡, 천하의 절경에 숨겨진 짜릿한 감동
장자제 산수의 운치를 더 가까이서 느끼고 체험해 보고 싶다면 ‘장자제 대협곡’은 놓쳐서는 안 될 최고의 명소다. 장자제 츠리(慈利)현 싼관쓰(三官寺)향에 자리 잡은 장자제 대협곡은 가파른 봉우리와 깊은 골짜기, 기암괴석과 신비한 동굴, 개울과 호수가 한데 어우러져 ‘장자제의 지형 박물관’이라 불린다. 이곳의 독특한 지형은 쥐라기 후기 지각 운동으로 형성됐다. 남동·북서 방향으로 일어난 지구의 강력한 인장 균열 작용으로 인해 길이 1960m 이상, 깊이 300m에 달하는 장대한 협곡이 형성됐고 우뚝 솟은 절벽은 보는 이를 압도하는 웅장한 자태를 자랑한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붓을 연상케 하는 후난성 장자제 국가삼림공원의 어필봉이다. 옛 중국의 황제들이 사용하던 옥으로 된 붓과 닮았다고 해 이름 붙여졌다.
협곡 깊은 곳에는 여러 가지 기이한 경관이 숨어 있다. 신천계(神泉溪)는 해발 400m 높이의 지표면 위에 솟아 있는데, 물이 흘러나오는 곳이 주변 150m 아래의 항행 가능한 강보다 무려 200m 이상 높아 마치 산중에 걸린 은목걸이처럼 보인다. 협곡의 첫 번째 호수인 오채호(五彩湖)는 맑고 투명한 거울 같아서 주변의 푸른 하늘과 흰 조각구름, 검 푸른빛 산봉우리를 고요하게 비춘다. 토비동(土匪洞)은 거꾸로 매달린 듯한 입구를 통해 역사의 흔적을 읊조리고 있다. 과거 토비(산적)들의 소굴이었던 이 거대한 석회동굴은 지금까지도 신비감이 어려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경이로움 중에서도 단연 압권은 협곡 양쪽 끝에 걸쳐진 장자제 대협곡의 유리 다리, ‘운천도(雲天渡)’다. 하늘에 걸린 듯 보이는 운천도는 주탑 사이의 거리가 430m에 달하고 발아래 투명한 유리 바닥에서 아득한 협곡 바닥까지가 무려 300m에 이른다. 이 담대한 유리 다리는 긴 경간과 좁은 폭, 가벼운 무게 그리고 보의 높이가 낮다는 특징이 있다. 통유리로 되어 있어 다리를 건널 때 마치 구름 위를 유영하는 듯하다. 단순히 보행자들을 위한 산책과 관람의 기능뿐 아니라 번지점프, 짚라인, 무대공연 등 다양한 액티비티가 가능한 복합 체험공간이다. 운천도는 관광객들에게 아찔한 스릴과 협곡의 웅장함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