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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상(北上)> 운하에 펼쳐진 중국식 삶의 찬가


2025-06-06      



최근 안방극장을 깊은 감동과 여운으로 물들이고 있는 드라마 <북상(北上)>은 단순한 시대극을 넘어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관통하는 깊이 있는 메시지를 던지다. <북상>은 경항(京杭) 대운하의 파란만장한 시대적 변천을 주요 줄거리로 삼고 있으며 그 주제는 ‘뿌리 찾기’다. 흐르는 운하와 생동감 넘치는 군상을 통해 격동의 세월 속에서 굳건히 삶의 터전을 일구며 문화 정체성을 지키고 변화를 포용하는 중국의 정신적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제10회 마오둔(茅盾)문학상 수상작인 쉬쩌천(徐則臣)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북상>은 운하 변의 화제샤오위안(花街小院)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여러 가족들의 이야기를 씨줄날줄처럼 엮어낸다. 특히 샤펑화(夏鳳華)와 셰왕허(謝望和) 등 ‘90허우(後, 1990년대 출생자)’ 청춘들의 성장기는 극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이들의 만남과 이별, 재회는 꿈을 좇아 북상하는 이들의 희망과 좌절, 방황을 현실감 있게 담아냈다. 화려한 도시의 삶을 동경하며 고향을 떠난 ‘90허우’ 세대들은 예상치 못한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어린 시절의 따뜻한 기억, 잔잔히 흐르던 운하의 물결을 떠올린다. 그리고 이끌리듯 다시 운하 변으로 돌아와 밤하늘을 수놓은 유람선의 불빛 아래 그들은 삶의 진정한 가치와 방향을 깨닫는다. 그것은 바로 운하 문화 전승에 힘을 보태는 것이다. 고향을 떠나 치열하게 살아가는 젊은 세대가 다시 돌아와 뿌리를 찾는 과정에서 정신적 혼란에 대한 답안을 찾고 전통과 현대를 잇는 다리가 된다.


‘90허우’ 청년들은 운하에서 인생의 해답을 찾았고, 그들의 부모와 조부모 세대의 운명 또한 운하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셰왕허의 아버지 셰톈청(謝天成)은 운하가 교통 허브였던 황금기에 태어나 청년 시기에 운하에서 화물 운송을 하며 수운 사업을 일으켰다. 하지만 2000년대 초, 징후(京滬) 고속철 개통이라는 시대적 변화의 바람 앞에 전통적 선박 운송은 타격을 받았고 셰톈청은 어쩔 수 없이 배를 팔고 아내와 함께 장거리 화물 운송을 시작한다. 이후 운하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자 그는 다시 국가가 추진하는 관광 경제 발전의 기회를 잡아 유람선 운영에 나선다. 셰톈청의 세 차례에 걸친 극적인 신분 변화는 단순한 개인의 역사를 넘어선다. 그것은 운하가 ‘황금 수로’에서 ‘문화 회랑’으로 기능과 의미를 끊임없이 재정립해 온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이 드라마는 또한 눈과 귀를 사로잡는 다채로운 언어로 역사의 변천과 중국의 전통문화를 그러내며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미학적 경험을 선사한다. 은은한 황갈색 빛이 감도는 화면과 섬세한 채도 대비는 시대별 분위기를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곤곡(崑曲)의 섬세한 선율, 평화(評話)의 흥미진진한 이야기, 정교한 죽조(竹雕) 공예와 같은 장쑤(江蘇)의 무형문화유산이 드라마 곳곳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북상>은 운하를 삶의 터전 삼아 살아가는 세대별 다채로운 인물들의 운명을 통해 시대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어떻게 문화적 뿌리를 찾아 나아가야 하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여기서 ‘뿌리 찾기’는 단순한 귀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북상한 사람들이 고향으로 회귀하는 여정은 곧 개인과 시대의 관계를 깊이 모색하며 끊임없이 자아를 찾고 삶의 방향을 설정해 나가는 능동적인 과정인 것이다. 휘몰아치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 운하의 기능은 변화했지만 그 가운데 변함없이 묵묵히 흘러가는 물처럼 드라마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지켜내야 하는’ 가치를 강조한다. 극 중 인물의 성장 스토리 또한 바로 이러한 메시지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격동하는 시대 속에서도 중화민족이 고유한 정신적 기반을 잃지 않고 새로운 변화에 적극적으로 발맞춰 나아가는 역동적인 모습을 <북상>은 감동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글|탕자밍(湯佳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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