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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쓰는 청춘의 새로운 챕터

판다컵 한국인 수상자들이 전하는 4박 5일 스토리


2025-06-17      

2024 ‘판다컵’ 한국 청년의 중국 이야기 글짓기 대회 특등상 수상자들이 지난 5월 22일 열린 시상식 및 ‘함께 만드는 미래’ 중일한 교류 행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소중한 만남은 늘 찰나와 같아 그 아름다움이 더 깊이 새겨지며 잔향을 남긴다. ‘판다컵’ 대회를 계기로 중국과 인연을 맺은 다섯 명의 한국 청년들.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시와 칭다오(青島)시에서 보낸 4박 5일간의 특별한 여정을 마치고 벅찬 감동과 새로운 기대를 가득 안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산과 바다를 넘어선 그들의 만남, 매 순간 따스했던 기억, 경계를 허문 문화의 어울림, 그리고 깊은 울림을 준 교감이 그들의 글 속에서 고스란히 반짝이고 있다.



심현진 <렌즈에 담긴 따스함, 글 안에 깃든 영원함>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나는 인생에서 제일 바쁜 한 주를 완주했다. 모든 일정에 적지 않은 직원들이 우리를 아낌없이 챙겨줬다. 웨이하이에서 시상식이 끝나고 우리는 칭다오로 이동하기 위해 기차역으로 향했다. 열차 안 작은 테이블 위에 주최 측에서 미리 준비한 저녁이 놓여 있었다. 바삭한 치킨의 온기와 피자의 새콤함으로 웃음소리가 피어난 기차는 어느덧 칭다오 북역에 닿아 있었다.


팔대관에서 샤오위산(小魚山)까지 가는 길은 인파로 붐볐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초록빛으로 물든 거리를 사진으로 한가득 담아냈다. 샤오위산 전망대에서 칭다오의 거리와 바다 그리고 맞은편에 있는 노부부의 눈빛을 보았다. 내가 느끼기에 그들의 눈에 비친 이곳은 사랑과 따뜻함이 담겨있었다. 나는 울타리에 기대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보면서 서울에 계신 부모님과 소중한 순간들을 떠올렸다.


마지막 날 우리는 각자의 흔적을 붓 끝으로 담은 책 한 권을 칭다오출판사에 남겨두며 종착지의 마지막 페이지를 완성했다. 우리의 시간이 영원하길 바라며, 또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로 그들을 이곳으로 데려와 주길 바라며.



최유민 <화면 너머의 소통, 글보다 와닿은 진심>

중국에서 유학하는 동안 크고 작은 다양한 행사와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해 왔지만, 이번 ‘판다컵’은 그중에서도 유독 인상 깊고 특별한 경험으로 남을 것 같다. 지리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가까운 이웃인 한중일 세 나라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잠시 숨을 고르고 있던 교류의 첫걸음을 함께 했다는 사실이 더욱 뜻깊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행사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은 단연코 한중일 청년들이 함께한 교류회였다. 한자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  ‘大丈夫’라는 한자는 한국과 중국에서는 남자다운 남자를 의미하는 ‘대장부’로 쓰이고, 같은 글자이지만 일본에서는 ‘다이죠부(大丈夫)’, 즉 ‘괜찮다’라는 뜻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大丈夫’ 라는 한자가 우리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같은 글자지만, 사용하는 나라와 문화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르게 해석되는 것처럼, 우리 한중일 청년들도 각자의 배경과 환경은 다르지만,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과정 속에서 더욱 성장할 수 있다고 느꼈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면서 평소에 온라인상에서 발생하는 혐오 발언들이 실제보다 훨씬 과장돼 소비된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교류를 통해 온라인을 통해서가 아닌 직접 마주한 이웃 나라의 친구들은 따뜻했고,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에는 진심이 깃들어 있었다. 그날의 경험은 내게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디지털 시대, 화면 속 정보와 이미지로만 상대를 판단하기보다는 직접 만나고 이야기 나누는 과정을 통해서만 진정한 이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를 가진 이웃들이 모였지만, 그 자리에 흐르고 있던 따뜻한 마음과 배려는 오히려 공통의 언어처럼 느껴졌다.



배혜은 <역사와 청춘의 특별한 만남>

이번에 한국과 가장 가까운 중국 내륙 지역인 산둥 웨이하이와 칭다오를 방문했다. 일정 내내 프로그램에 함께한 한국 청년들과의 다양하고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그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포착해 글로 남긴 다양한 중국의 모습들을 접하면서 중국이라는 나라가 지닌 다채롭고 풍부한 면모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됐다. 특히 ‘판다컵’ 글짓기 대회 시상식에서 수상자 대표로 무대에 올라 나의 시선으로 바라본 중국 이야기를 많은 분들에게 전할 수 있어 내겐 더할 나위 없이 뜻깊은 시간으로 남았다. 긴 중국 유학 생활 끝자락에서 마주친 이 특별했던 여정은 앞으로도 한중 간 이해와 우호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안겨줬다.


어릴 적 즐겨 보았던 사극 <해신(海神)> 속 신라의 해상 영웅 장보고가 당나라와 교역을 펼치던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장보고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웨이하이 츠산(赤山) 법화원을 거닐며 역사 속 한중 관계를 다시 한번 돌이켜볼 수 있었다. 또한 산둥대학에서 진행된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역사를 바탕으로 오늘날 청년들이 일궈 나가야 할 양국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


산둥대학 학생들과 일상적인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인공지능 등 과학기술 분야과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협력을 모색할 수 있을지에 대해 토론했다. 이 과정을 통해 양국 청년들 사이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는 모두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으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상에 연결을 더하고자 한다. 공식적인 일정 외에도 중국 학생들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이 모든 과정이 서로의 문화, 예술, 전통에 대해 공유하며 ‘문화 외교’를 펼쳐나가는 과정의 일환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이러한 교류는 분명히 ‘문화 외교’가 언제나 존재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오정현 <‘관찰자’에서 ‘가교(架橋)’로>

다시 중국을 방문한다는 사실에 큰 기대와 긴장을 안고 하늘길로 올랐다. 웨이하이 공항의 입국장을 나오자 먼저 도착해 있던 수상자들과 행사 관계자들이 따뜻하게 맞아주는 순간, 남아있던 긴장은 모두 설렘으로 바뀌었다. 난생 처음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며 깊은 공감과 응원을 주고받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첫날부터 이어진 여정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뜻깊은 배움의 시간으로 채워졌다. 산둥대학 학생들과 함께한 츠산 법화원 방문을 통해 장보고의 삶과 한중 관계의 뿌리를 되돌아봤으며, 중국 학생들과의 일상 대화를 통해 중국 청년들의 생생한 삶과 가치관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어 롄차오(聯橋)그룹, 산둥대학, 칭다오출판사 방문 등은 개인적인 여행으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값진 기회였다. 기업과 교육기관 그리고 문화를 아우르는 폭넓은 탐방 속에서, 나는 그저 스쳐가는 방문자로서 머물지 않고 두 나라의 ‘연결자’로서 그 자리에 서 있음을 느꼈다. 나는 이번 행사가 단지 ‘판다컵 대회 시상식’이 아닌,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지닌 청년들이 마음을 열고 교감하며 미래를 함께 그려나가는 문화적 교류의 장이었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한중 양국의 관계를 바라보며 아쉬움을 품고 있었던 나는, 이번 활동을 통해 더 이상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방관자가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가교’의 역할을 해야 할 때임을 깨달았다.


일정을 마무리하며 나는 다짐한다. 앞으로도 이런 의미 있는 만남과 배움을 이어갈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받은 기회를 다시 누군가에게 건넬 수 있는 따뜻한 연결점이 되자고. 언젠가 나도 누군가의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남기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이 소중한 기억을 마음 깊이 간직해 본다.



권서진 <중국, 상상 그 이상으로 다가온 친근함>

교내 벽보에 붙은 공고를 보고 우연히 응모하게 된 판다컵 글짓기 대회. 그래서인지 특등상을 수상하게 됐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땐 솔직히 얼떨떨했다. 중국 본토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는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뉴스와 인터넷을 통해서만 단편적으로 접해왔고 늘 어딘가 무겁고 조심스러운 이미지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막상 직접 와 보니 그동안 내가 쌓아놓은 거리감이 실제보다 훨씬 더 컸다는 걸 깨달았다.


장보고 기념관에서는 중학교 시절 한국사 시간에 배웠던 장면들이 떠올랐다. 단순히 과거를 전시하는 곳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두 나라가 아주 오래전부터 연결돼 있었고 그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다는 사실이 새삼 와닿았다.


행사 기간 접했던 각양각색의 중국 음식은 뜻밖의 발견이었다. 특히 산둥 음식은 내 입맛에 잘 맞았다. 낯선 식재료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먹을수록 정이 깊어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음식이 이렇게나 잘 맞으니, 자연스레 ‘나중에 중국에서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즐거운 상상까지 피어올랐다.


칭다오 샤오위산에 올라 시내 전경을 감상하고 하산하는 길, 며칠 만에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현지에서는 무더운 날씨에도 따뜻한 물이나 차를 마시는 것이 일상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나에겐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습관이었다. 일정 내내 마주했던 따뜻한 손 편지, 소박한 선물, 자연스레 건네는 미소 안에 담겨 있던 ‘정(情)’ 덕분이었을까. 처음엔 낯설었던 문화도 금세 편안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 아메리카노 한 잔은 다름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정이라는 보편된 감정 속에서도 문화적 습관은 여전히 다양하고 다층적이었다. 그 차이를 직접 체험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것도 이번 여정의 뜻깊은 발견 중 하나였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친구들에게 이 경험을 이야기했더니 다들 “중국이 그렇게 좋아?”라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나도 한번 가보고 싶다”라는 말도 여러 번 들었다. 그렇게 내 경험이 누군가에게 흥미로움이 되고,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곧 미국으로 돌아가 다시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겠지만, 이번 방중 행사를 통해 앞으로도 이런 교류의 경험을 더 넓혀가겠다는 다짐을 했다. 언젠가 칭다오로 교환학생을 와보는 것도, 혹은 중국이라는 공간에서 일하며 살아보는 것도 진심으로 꿈꾸게 됐다. 문화의 교차점에서 경험한 이 며칠은, 내 인생을 이끄는 나침반에 하나의 좌표를 새긴 것만 같았다.



4박 5일의 여정은 막을 내렸지만, 이는 끝이 아닌 새로운 출발점이다. 한국 청년들은 눈으로 직접 보고 마음으로 새긴 중국의 온기와 진솔한 이야기를 간직한 채 한국으로 돌아갔다. 이제 그들의 이야기는 더 많은 이들이 중국을 이해하는 소중한 창구가 될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서로 얼굴을 맞댄 소통이 주는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가치가 아닐까? 마음과 마음 사이의 벽을 허물어, 그 어떤 산과 바다보다 더 가깝게 만드는 일 말이다.


| 왕윈웨(王雲月) 

사진| 구쓰치(顧思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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