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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컵’ 한국 청년 방중단, 우정의 여정


2025-06-17      

며칠 간의 방문과 교류를 통해 한국과 중국 청년들은 한층 가까워지며 국경을 넘은 끈끈한 우정을 나눴다.


“벗이 먼 곳에서 오니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중일한 세 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한 <논어>의 명구가 탄생한 산둥(山東)에서 젊은 한국 친구들을 맞았다.


지난 5월 20일, ‘판다컵’ 한국 청년의 중국 이야기 글짓기 대회 특등상 수상자로 구성된 방중단이 산둥성 웨이하이(威海)에 도착해 ‘진정한 중국을 알아가기’ 위한 4박 5일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이들 중 중국 본토 땅을 처음 밟는 ‘새로운 벗’이 눈에 띄었다. 그의 눈빛은 낯선 땅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한때 중국에서 유학하고 귀국한 ‘오랜 인연들’도 있었는데 이들은 오랜만에 만난 중국에 대해 친근함과 반가움으로 연신 환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곧 오랜 중국 생활을 마치게 될 유학생들은 이제 곧 중국을 떠날 이들의 시선으로 자신만의 중국 이야기를 새롭게 써 내려갔다.


일반적인 관광과 달리 이번 여정은 ‘판다컵’ 주최 측이 한국 청년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문화 대화의 여행’으로 진행됐다. 웨이하이에서 칭다오(青島)까지, 천 년 고적에서 현대 기업까지, 또 서예 체험에서 청년 대화를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경험을 통해 한국 청년들이 오랜 교류를 통해 형성된 문화적 유대감을 깊이 이해하고 오늘날 중국의 역동적인 발전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됐다. 이 모든 여정에서 중국 청년들과 이 땅에 대한 따뜻한 이해와 공감을 꽃피우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


지난 5월 20일, 웨이하이 다수이포(大水泊) 국제공항에 도착한 한국 청년이 직원들의 환대를 받았다. 이번 여정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을 인터뷰를 통해 드러내고 있는 방중단의 모습이다.


천 년 우호의 역사 속으로

밤새 휴식을 취한 뒤 이튿날 아침이 밝았다. 한국 청년들은 담당 직원과 산둥대학 학생들과 함께 웨이하이 츠산(赤山)으로 향했다. 한국에서 불과 94해리 떨어진 이곳은 중일한 3국의 천 년 문화 교류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으로 청년들이 역사 속에서 대화를 나누고 우정을 나누는 첫 번째 방문지가 됐다.


거리적으로 한국과 가장 가까운 곳인 츠산의 ‘특별한 정체성’은 당(唐)나라 때부터 확립됐다. 당시 ‘해상 무역왕’이라고 불린 신라의 민족 영웅 장보고가 이곳에 ‘츠산 법화원(法華院)’을 세웠다. 법화원은 이후 장보고가 추진한 중일한 무역과 문화 왕래의 중요한 거점이 됐다. 중국의 비단과 차는 이곳에서 출발해 바다 건너로 수출됐고, 일본의 불교 경전과 한국의 해산물은 이곳을 거쳐 중국으로 수입돼 활발히 유통됐다. 법화원은 동시에 3국 승려가 불법을 연구하고 상인이 휴식을 취하는 ‘동방의 역참’ 역할도 했다. 장보고의 전설적인 이야기는 지금도 3국 역사서에 남아있고 츠산은 3국이 공인한 ‘우정의 상징지’가 됐다.


중한 양국 청년들은 유적지 산책로를 함께 거닐며 ‘바닷길을 열고 교역로를 지켜냈던’ 장보고의 활약상에 귀를 기울였다. 그렇게 역사 속 인물과 교감하며 청년들은 어느새 서로에게 가까워져 있었다. 청년들은 때때로 휴대전화를 꺼내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한 이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그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온 산에 활기찬 메아리가 돼 울려 퍼졌다.


“이곳에 와 보고 나서야 한중 우호의 역사가 천 년 전부터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판다컵’ 한국 청년 방중단 중 한 명인 배혜은 씨는 “한중 우호의 역사가 깃든 유적지는 우리 청년 세대에게 커다란 영감을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 청년들이 이번 방중 기간 중한 우호의 역사를 더 깊이 체감할 수 있도록 주최 측은 서예 체험과 한자 삼국 퀴즈 등과 같은 다채로운 문화 교류 이벤트를 마련했다. 이런 문화 활동은 활자 속에 갇혀 있던 역사를 책 밖으로 꺼내어 양국 청년들이 몰입감 넘치는 교류를 통해 오랫동안 축적돼 온 두 나라 간 우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지난 5월 22일, ‘판다컵’ 한국 청년 방중단이 산둥대학(웨이하이) 천문대를 방문해 연구 성과에 대한 소개와 함께 천문학에 대한 과학 지식을 청취했다.


현대 중국의 맥박을 느끼다

츠산이 역사의 한 페이지이라면 중국 기업 방문은 한국 청년들이 중국 발전의 ‘생생한 온도’를 느끼게 해주었다.


웨이하이 방문 기간 현지 우수 민영기업인 롄차오(聯橋)그룹이 한국 청년들을 환대했다. 플라스틱 신소재, 방직·의류, 인적 자원 등 다양한 사업을 아우르는 이 종합 기업은 한국 기업과도 오랫동안 긴밀하게 협력해 왔다. 한국 청년들은 기업의 혁신 기술력과 미래 지향적인 열정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특히 신소재 기술과 방직·의류 산업이 융합돼 만들어내는 시너지에 큰 흥미를 보였다. 전시실에서 청년들은 다양한 혁신 제품을 직접 보고 만져보는 특별한 체험을 했다. 방중단은 “중국 기업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라며 “중국 기업이 부단한 연구개발을 통해 새로운 비전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지난 5월 21일, ‘판다컵’ 한국 청년 방중단이 산둥성 롄차오그룹 유한회사를 방문했다.


칭다오에서 한국 청년들은 문화 수출 기업인 칭다오출판그룹을 방문했다. 칭다오출판그룹은 20여 년 동안 한국, 일본과 문화 교류 및 산업 협력을 진행해 왔으며, 한국과 일본 시장을 중심으로 문학과 만화, 그림책 위주의 출판권 운영 체계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3국 문화 교류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그룹 내 영상실과 예술관에서 청년들은 전통적인 출판 산업이 디지털 시대를 맞아 어떻게 적극적으로 전환하고 있는지를 체험하는 시간도 가졌다. 한국 청년들은 출판업이 이렇게 혁신적으로 발전을 추진하고 있다는 데 감탄했다. 특히 많은 전문 서적 중에서도 별도 전시돼 있던 대형 탕카 도록은 단연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산했다. 한국 청년들은 ‘손으로 만지는 박물관’ 같다며 전체적인 정교함과 아름다움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 5월 23일, 중일한 3국 청년들이 칭다오출판그룹 예술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교하고 아름답게 제작된 탕카 도록에 감탄하고 있다.


참관 도중 한국 청년들은 그룹 관계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심도 있는 문화 간 상호 작용과 산업 실천 논의를 통해 청년들은 문화 맥락의 공통된 주파수와 인식의 미묘한 차이를 분명히 느끼면서 시야를 넓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지난 5월 23일, ‘판다컵’ 한국 청년 방중단은 ‘다채로운 동아시아-문화 교류와 문명 상호 학습’ 중일한 교류 살롱에 참석해 중국, 일본 청년들과 각자의 생각을 공유하며 상호 문화와 관점을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동아시아의 미래를 논의하다

이번 중국 방문의 백미 중 하나는 중한 교류뿐 아니라 더 나아가 중일한 청년들이 직접 만나 생각을 나누며 열띤 토론을 벌인 삼국 교류의 장이었다. 주최 측은 다양하고 풍성한 내용으로 채운 교류 행사를 기획해 동아시아 청년들이 서로의 관점을 공유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다채로운 동아시아-문화 교류와 문명 상호 학습’이라는 주제로 열린 중일한 청년 교류 살롱은 방중단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자리에는 방중단 외에도 칭다오에서 유학 중인 일본 학생과 중국 청년 대표(칭다오출판그룹 청년 직원 등)가 참여해 3국의 ‘화이부동(和而不同)’ 문화적 코드와 ‘화합공생(和合共生)’의 가치적 공감대를 주제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중일한 청년 교류 살롱에서 ‘다국어 단어 추리’ 퀴즈가 진행된 가운데 한국 청년이 일본어로 표기된 ‘벗이 먼 곳에서 오니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를 보자마자 <논어>의 명구임을 단번에 맞췄다.


청년들의 진솔한 시각을 깊이 있게 담고자 행사 주최 측은 현장 설문조사를 통해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설문 문항에는 다각적인 내용이 포함됐다. 중국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중국 정보를 접하는 경로, 향후 3국의 교류와 협력에 대한 기대, 중국 청년과의 교류 방식이나 내용, 중국 경제·사회 현상 및 유행 문화에 대한 관심도, 3국 우호 협력 강화에 대한 견해 등이다. 청년들은 질문과 선택지에 귀 기울이며 적극적으로 손을 들어 소통하는 등 엄청난 집중력을 보이며 현장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현장 조사 결과 흥미로운 현상이 포착됐다. 바로 ‘유행 문화’가 오늘날 3국 청년 교류의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3국 청년들은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칭다오출판그룹의 청년 대표인 쉬웨이자(胥維嘉) 씨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3국의 유행 문화는 일찌감치 국경의 제약을 넘어 청년 대화에 통용되는 ‘세계어’가 됐다. 중국의 아이돌 그룹은 무대 공연에서 한국 음악을 참고하고, 일본 애니메이션 문화는 중국에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의 <나타지마동강세(哪吒之魔童降世)>, <검은 신화: 오공(黑神話: 悟空)> 등 영화와 게임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히트작 반열에 올랐다. 문화 융합은 동아시아 문화권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속 당나라 이미지나 한국 드라마 속 무협 요소, 중국 인터넷 소설 속에 나타나는 일본풍 설정, 한국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속에 나오는 중국식 국숫집 장면과 <장안심이시진(長安十二時辰)>이 한국과 일본에서 일으킨 ‘당나라 열풍(唐潮)’ 모두 문화 간 융합의 독특한 매력을 보여준다.”


일본 청년 엔도미쿄(遠藤美湖) 씨는 생활의 작은 부분을 예로 들었다. “일본 젊은이들은 한국 음악을 즐겨 듣고 메이크업이나 패션에서도 중국과 한국 스타를 따라 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에 온 이후 많은 중국 여성이 일본식 교복을 좋아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3국 청년의 생활 방식이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문화 또한 일상에 녹아 들었다는 의미다.”


지난 5월 23일, ‘판다컵’ 한국 청년 방중단이 중국의 전통 서예 문화를 체험하고 있다.


한국 청년 심현진 씨는 생생한 문화 현상을 예로 들었다. “한국에선 점차 중국의 청춘 로맨스 영화와 드라마가 큰 인기를 얻고 있고 영화관에서도 상영됐다. 마라탕과 양꼬치 등 중국의 대표적인 야식거리와 더불어 중국으로 반환된 양국 우호의 상징 푸바오의 영향으로 중국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반대로 한국의 K-POP 스타일 무대 연출과 인기 프로그램은 중국과 일본의 여러 콘텐츠에 흡수돼 재창조되고 있다. ‘한국식 화장법’이라 불리는 한 듯 안 한 듯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은 중국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사랑받고 있다. 옆 나라 일본의 섬세한 애니메이션 연출과 게임 스토리텔링은 한국과 중국의 창작자들에게 꾸준히 영감을 준다. 이러한 문화적 친밀감은 단순히 유행을 따라 하거나 학습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국가 간 관광 활성화와 소비로 이어져 각국의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활력을 불어넣는 강력한 촉매제가 되고 있다.”


“한중일 3국은 수천 년에 걸쳐 서로를 마주하며, 언어를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교류를 통해 단순히 역사 속에 머무는 것이 아닌 현재에도 살아 숨 쉬는 ‘정서적 울림’과 ‘창의적 영감’을 함께 이뤄냈다”라고 말문을 연 한국 청년 오정현 씨는, 이어 “우리는 이 소중한 유산 위에서 전통을 잊지 않으면서도 현대의 역동적인 맥박을 따라가고 함께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나가야 할 때다. 문화의 다리이자 문명의 연결선으로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천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 5월 23일, 한국 청년들이 칭다오 샤오위산의 한 카페에서 인증샷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뜨거운 박수와 아쉬움이 교차하는 삼국 청년 살롱을 마지막으로, ‘판다컵’ 방중단의 산둥 여정은 희망찬 마침표를 찍었다. 유구한 역사에 대한 깊은 회고, 현대의 생동감 넘치는 활력을 체험하며 미래 협력에 대한 부푼 기대를 안고 한국 청년들은 귀국길에 올랐다. 이들 마음속에 자리 잡은 산과 바다를 초월한 이해와 우정은 이미 소리 없이 굳건한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글 | 왕윈웨(王雲月)

사진| 구쓰치(顧思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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