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0
톈궁 로봇이 ‘후이쓰카이우’ 플랫폼을 탑재해 나날이 복잡해지는 임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사진/베이징휴머노이드로봇혁신센터 제공
지난 4월 19일, 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 마라톤’대회가 베이징(北京) 이좡(亦莊)에서 개최됐다. 20개 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21.0975km의 전문 경기 트랙에 올라 전통적인 로봇 스포츠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을 펼쳤다. 베이징휴머노이드로봇혁신센터(이하 혁신센터)가 자체 개발한 로봇 ‘톈궁 울트라(天工Ultra)’가 2시간 40분 42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이 기록은 전문 인간 마라톤 선수에 비하면 아직 격차가 있지만, ‘톈궁 울트라’는 경사로, 곡선 구간 등 복잡한 지형을 성공적으로 통과했다. 안정적인 보행 제어, 자율 내비게이션 시스템 및 긴 초장시간의 배터리 성능을 바탕으로 복잡한 환경 적응 능력, 동적 균형 및 장시간 작업 능력에서 결정적 진전을 이뤘음을 나타낸다.
딥시크(DeepSeek)가 파운데이션 모델 분야에서 중요한 돌파구를 마련하며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강력한 동력을 제공한 것부터 CCTV 춘완(春晚, 중국 춘제·春節 특집 프로그램) 무대에서 위수(宇樹) 로봇이 기술과 문화를 융합한 앙가무(秧歌舞)를 선보이며 AI 혁신 응용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것까지, 다시 이번에 펼쳐진 전례 없는 로봇 마라톤에 이르기까지. 2025년 중국의 AI 산업은 전면적인 고속 성장 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혁신센터를 찾아서: ‘체화 지능’의 몰입식 체험
“베이징휴머노이드로봇혁신센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혁신센터 브랜드 홍보 책임자 웨이자싱(魏嘉星)은 재중 글로벌혁신센터(KIC 중국) 김종문 센터장과 월간 <중국> 편집부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베이징 이좡에 위치한 혁신센터는 중국에서 가장 먼저 체화 지능 로봇의 핵심 기술, 제품 연구개발 및 실제 적용에 초점을 맞춘 과학기술 플랫폼 중 하나다. 2024년 4월 혁신센터는 중국 최초의 범용 로봇 플랫폼 ‘톈궁 1.0 라이트’를 발표해 전 세계 최초로 순수 전기 구동 풀사이즈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람처럼 걷고 달리는 것을 실현했다. 불과 1년 뒤 업그레이드 버전인 ‘톈궁 울트라’는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 마라톤에서 안정적인 성능으로 두각을 나타내며 혁신 센터 기술 발전의 견고한 성과를 입증했다.
혁신센터 전시관에서는 ‘톈궁 1.0 라이트’ 한 대가 다양한 시뮬레이션 지형 훈련 구역을 걷고 있었고 엔지니어가 이를 정밀하게 조정 및 테스트하고 있었다. “처음 출시했을 때 톈궁의 달리기 속도는 시속 약 6km였지만 알고리즘 최적화와 동작 제어 훈련을 통해 지금은 시속 12km로 향상됐다.” 웨이자싱은 훈련 중인 로봇을 가리키며 “풍속 6급 이하의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다. 평지 달리기 능력 외에도 톈궁은 134개의 계단을 연속으로 오르는 데 성공한 세계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현재는 경사로, 계단, 잔디, 자갈, 모래 등 복잡한 지형에서도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고 초기에 비해 환경 적응성도 크게 향상됐다”라고 소개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단순히 운동 능력의 비약적 향상을 넘어 AI 기술의 혁신을 거듭하면서 이제 ‘움직임’의 영역을 벗어나 ‘사고’의 경계로 그 능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는 로봇이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달리는’ 차원을 넘어 ‘더 영리하고 능동적으로 학습하는’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전시관의 다른 편에서는 혁신센터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후이쓰카이우(慧思開物)’ 범용 체화 지능 플랫폼을 탑재한 톈궁 로봇이 복잡한 작업 처리 능력을 시연하고 있었다. “책상 위 잡동사니를 정리해 줘”라고 명령하자 톈궁의 시각 센서는 즉각 책상 위를 빠르게 스캔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종이 뭉치, 물컵, 음식 용기 등을 정확하게 식별해 냈다. 이어 로봇 팔이 물건 사이를 유연하게 움직이며 재활용 가능한 음식 용기와 물컵 등을 수납공간에 가지런히 정돈하고 폐지는 쓰레기통에 넣는 등 전 작업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수행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작업 도중 테스트하는 사람이 책상 위의 물건들을 임의로 이동하자 톈궁은 물건의 새로운 위치를 즉각 감지하고 로봇 팔의 이동 경로와 집는 우선순위를 능동적으로 조정해 최종적으로 모든 물품을 분류 기준에 맞춰 제자리에 놓으면서 시종일관 동작의 연속성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세계 최초의 ‘하나의 두뇌로 다재다능하고 여러 로봇에 적용 가능한’ 범용 체화 지능 플랫폼이다. 로봇이 ‘단일 작업에 특화된 개발’이라는 제약에서 벗어나 ‘요구 이해-자율 의사 결정-유연한 실행’으로 이어지는 범용화 단계로 나아가도록 한다.” 웨이자싱은 다음과 같이 설명을 이어갔다. “이 플랫폼은 대규모 AI 모델에 의해 구동되는 작업 계획 체화 ‘두뇌’와 데이터 기반의 엔드투엔드(end-to-end) 스킬 실행 체화 ‘소뇌’로 구성돼 있다. 다양한 로봇이 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핵심적인 개방형 플랫폼이다.”
기능이 점점 더 완벽하고 강력해짐에 따라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의 응용 분야도 명확해지고 있다. 혁신센터 전시관에서 웨이자싱은 취재진을 이끌고 산업, 상업, 의료, 가정 환경 등 다양한 상황에서의 로봇 동적 시연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은 여러 산업 현장에서 대규모로 응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톈궁’은 이좡에 있는 전력 공급 회사의 10kW 실습 기지 내 고압 배전실에서 실제 활용되고 있다. 고압 장비 점검과 고장 지점 식별 등 고위험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샤오미와 샤오펑(小鵬), 유비테크(UBTech) 등 기업에서는 실제 생산 라인에서도 휴머노이드 로봇이 부품 분류, 자동차 조립 등 핵심 공정을 맡아 생산 효율성과 안전성을 효과적으로 높이고 있다.”
웨이자싱은 미래에 대한 깊은 확신을 드러냈다. “향후 3~5년 내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산업 현장을 넘어 상업 서비스 분야로 확장할 것이다. 예를 들어 무인 마트에서 물품을 분류하고 고객 안내를 돕거나 호텔에서는 스마트 가이드 및 고객 응대 등 업무를 맡을 것이다.” 그는 이어 “더욱 기대를 모으는 것은 ‘로봇이 다양한 산업과 각 가정으로 진입한다’는 비전이 5~10년 내에 점진적으로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가정에서의 일상적인 동반자 역할, 노인 건강 돌봄, 의료 분야 재활 보조, 교육 현장의 능동적인 상호작용형 학습 등 이 모든 것이 로봇의 ‘새로운 지평이자 무한한 가능성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앞으로 로봇이 인간을 대신해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업무를 전담함으로써 인류가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음악을 창작하는 등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진정으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길 소망한다”라고 덧붙였다.
중국 속도의 이면: 기초산업, 기술, 응용의 세 가지 엔진
“오늘 방문을 통해 중국 로봇산업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측면에서의 협력적 발전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게 됐으며 기술과 산업의 융합 응용이야말로 진정한 핵심 동력임을 깊이 느꼈다.” 방문을 마친 김종문 센터장은 월간 <중국>에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기술이 실제로 현장에 적용돼야만 기업이 발전할 수 있다. 기업의 발전은 다시 연구개발 투자로 이어져 기술 성과와 제품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이끌어낸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빠른 발전은 바로 중국 AI 산업 발전의 생생한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과학기술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전문가인 김 센터장은 중국의 AI와 로봇 산업이 ‘가속 질주’를 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를 심도 있게 분석했다. “과학기술의 발전, 특히 AI와 로봇산업의 진보는 본질적으로 세 가지 핵심 동력, 즉 기초 산업, 기술 혁신, 응용 실현이라는 상호 협력적 관계에서 비롯된다. 중국이 현재의 산업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세 가지 분야의 종합적인 강점 덕분이다.”
그는 이어 “구체적으로 말하면, 기초산업은 인재 양성과 공급망 우위를 기반으로 한다. 중국은 전 세계 고급 엔지니어 자원의 약 50%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우수한 인재는 과학기술 연구개발의 핵심 동력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이 칩, 모듈, 센서 등 핵심 부품을 포함한 완비된 공급망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대규모 생산을 통해 비용 절감과 효율 제고를 달성하고 기술 전환을 위한 효율적인 경로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부연했다.
기술 분야는 딥시크와 키미(Kimi) 등과 같은 대표적인 우수 기업들이 알고리즘 최적화와 대규모 모델 훈련 등 첨단 분야에서 진전을 거듭해 산업의 빠른 순환을 촉진하는 중요한 힘이 되고 있다.
한편, 응용 산업의 광범위한 침투는 기술을 실제로 ‘살아 움직이게’ 만들었다. 김 센터장은 “중국에서 생활하며 매일같이 AI 기술이 각 분야에 빠르게 스며드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학생들이나 연구원들이 AI를 활용해 연구 과정을 가속화하는 것부터, 휴대폰 스마트 기능의 빠른 업데이트, 그리고 자동차 자율주행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그는 이처럼 다양한 집단과 산업을 아우르는 응용 환경들이 기술의 실용성을 검증할 뿐만 아니라 시장 피드백을 통해 연구개발을 업그레이드시킴으로써 결국 ‘기초 지원-기술 진전-응용 실현’의 선순환을 만들어낸다고 강조했다.
개방적 협력의 미래 비전
“세계 각국은 미래 산업을 적극적으로 배치하고 있으며 그중 AI 산업은 이제 글로벌 미래 산업에서 가장 핵심적인 공통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은 모두 AI 산업을 미래의 가장 중요한 육성 방향으로 삼았다. AI 기술의 침투와 지속적인 응용 혁신은 각 산업의 발전 모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김 센터장은 AI 발전의 흐름 속에서 국가 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중한 양국은 AI 산업 분야에서 각기 다른 강점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반도체, 센서 등 하드웨어 분야에서 축적된 기술력이 있고 중국은 부품 생산과 다양한 응용 실현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호 보완적인 협력이 지역 기술 혁신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AI 발전을 견인하는 ‘기초 인프라’로서 방대한 훈련 데이터와 고도화된 대규모 모델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김 센터장을 포함한 업계 전문가들의 끊임없는 공통 관심사이며 동시에 국가 간 협력의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데이터 자원 공유와 기술 표준 개방 등을 통해 생태계 공동 구축을 촉진하자는 것이 업계에서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혁신센터를 방문하는 동안 김 센터장은 훈련 데이터 수집과 활용에 특히 관심을 보였다. 웨이자싱은 “혁신센터가 이미 6종의 로봇 본체 유형과 7가지 대표 시나리오를 아우르는 데이터 수집 센터를 구축했다. 매일 10TB의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다”라며 “하지만 단순히 데이터 축적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고품질의 고부가가치 데이터를 선별하는 것도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과정”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우리는 더 많은 연구기관과 대학, 주요 기업들과 협력해 데이터 수집 작업에 참여하고 관련 기술과 표준을 오픈 소스로 개방해 체화 지능 산업 전반의 발전을 촉진하고자 한다.”
글 | 왕윈웨(王雲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