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8
‘중화서간(中華書簡)’은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이하 오사카 엑스포) 중국관의 이름이다. 이 건축물은 대나무, 한자, 서권(書卷, 두루마리 형태의 고서) 세 가지 요소를 조화롭게 결합해 ‘도법자연(道法自然), 천인합일(天人合一)’이라는 수천 년 동안 전해 내려온 중화문명의 지혜를 생생하게 표현한다. 전시관 외관에는 금문(金文), 전서(篆書), 예서(隸書), 행서(行書), 해서(楷書) 다섯 가지 서체로 119개의 한자 시구와 명문이 새겨져 있어 문화의 보고라고 할 수 있으며 관람객들은 이곳에서 방대하고 심오한 중화 문화를 느낄 수 있다.
중국관은 ‘천인합일(天人合一)’, ‘녹수청산(綠水青山)’, ‘생생불식(生生不息)’ 세 가지 핵심 주제로 구성된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천인합일의 고대 문명을 넘나들며, 자연을 존중하는 오늘날 중국의 모습을 살펴보고, 인류와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미래 청사진을 함께 그려볼 수 있다. 그중 특색 있는 전시 내용을 몇 가지 엄선해 그 속에 담긴 중화 미학과 생태적 지혜를 여러분과 함께 감상하고자 한다.
[문물(文物)전시]
한자는 중화문화를 계승하는 중요한 매개체다. 문명이 발전하면서 한자도 갑골문에서 금문, 전서, 예서, 해서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글자의 형태는 점점 간결해졌지만, 그 속에서 여전히 자연 만물의 생동감 넘치는 형상을 엿볼 수 있다. 한자의 발전 과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중국관에서는 한자 발전 과정의 ‘산 증인’이라 할 수 있는 귀중한 문물의 복제품을 전시해 중국인의 자연에 대한 깊은 인식과 경외심을 보여준다.
[경직도(耕織圖)]
<경직도>는 세계 최초의 ‘농업 백과사전’이자 과학 그림책이다. 선진적인 농사 기술과 도구, 작업 과정을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운 그림과 글로 만들어 백성들이 경작과 직조 기술을 쉽게 익힐 수 있도록 했다. 중국관에 전시된 <경직도>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사계절의 변화를 생생하게 보여주며 시기에 따라 움직이고 환경에 따라 적응하는 생태적 지혜를 나타낸다.
[24절기]
자연의 법칙을 더 잘 활용해 생산하고 생활하기 위해 중국인은 태양의 주기적인 운동을 관찰했다. 일 년 중 절기와 기후 변화, 물후(物候, 생물학적 현상의 변화) 등의 변화 법칙을 인식해 24절기라는 지식 체계를 갖추고 일상생활과 농업에 적용해 실천하며 발전시켜 나갔다. 이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중국관은 대형 멀티미디어 장치를 통해 아름다운 예술적 표현으로 24절기의 중요한 가치를 전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영상 도입부에 등장하는 중국 전통 문양 예술품이 ‘둔황(敦煌)의 딸’이라 불리는 중국 공예 미술가인 창사나(常沙娜)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94세 고령의 창사나 미술가는 오사카 엑스포를 위해 석류 당초(石榴唐草), 연꽃, 봉황 등 중국 전통 문양을 직접 그려 자연 만물의 순환과 윤회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문명 유적]
‘천인합일’ 이념은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라 아주 먼 고대에서부터 중국인들의 마음속에 서서히 뿌리내려온 것이다. 삼성퇴(三星堆), 양저(良渚), 은허(殷墟) 세 가지 문명 유적 전시가 이를 가장 잘 보여준다. 삼성퇴에서 출토된 ‘상청동신수(商青銅神樹)’는 세계에서 발견된 단일 청동 문물 중 가장 큰 규모다. 여기에는 고대 사람들이 신성한 나무를 매개로 인간과 하늘의 정신적 ‘합일(合一)’을 이루고자 했던 염원이 담겨 있다. 양저 문명 유적은 세계에서 발견된 수리(水利) 시스템 중 가장 오래되고 규모 또한 가장 크다. 고대 사람들의 천인(天人) 관계에 대한 변증법적 사고방식을 반영하고 있다. 즉, 자연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근면함과 지혜를 통해 자연에 순응하고 자연을 개척하는 것을 말한다. 은허에서 출토된 ‘후모무정(后母戊鼎)’을 비롯한 청동기는 도시 계획이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이루어진 고도로 발달한 청동 문명을 보여주며,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 개념을 잘 드러내고 있다.
[청산명월(青山明月)]
당(唐)나라의 시인 왕창령(王昌齡)은 “푸른 산이 같은 구름과 비를 맞고 밝은 달 아래 어찌 서로 다른 두 곳이랴(青山一道同雲雨 明月何曾是兩鄉)”라는 시구로 비록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이어져 있음을 표현했다. 중국관은 ‘청산명월’을 주제로 중일 우호 회랑 전시를 배치했다. 목조 조각 작품을 통해 감진동도(鑒真東渡),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가 남긴 <빗속의 아라시야마>, 일본에 ‘판다 열풍’을 불러일으킨 ‘캉캉(康康)’과 ‘란란(蘭蘭)’, 중일 만화가가 함께 그린 손오공과 아톰이 손을 잡고 있는 일러스트 등 양국의 우호적인 왕래를 나타내는 중요 인물과 소중한 추억을 되새겼다.
[생태적 지혜]
녹수청산이 바로 금산은산이다(綠水青山就是金山銀山). 이 소박한 개념은 ‘천인합일’ 중화 전통의 지혜를 계승 및 발전시켰으며 생태환경 보호와 경제사회 발전 간의 관계를 밝혀준다. ‘녹수청산’ 주제의 전시 구역을 살펴보면, ‘천추(千秋)의 지혜’, ‘생태 관리’, ‘도시 관리’, ‘국립 공원’ 등 다양한 전시 항목을 선보이고 있으며 영상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중국의 고대와 현대의 생태적 노력과 성과를 보여준다. 세계 수리공학의 시조인 도강언(都江堰)과 천 년의 농업 유산 상기어당(桑基魚塘, 양잠·양어 순환형 농업)에 담긴 고대의 생태적 지혜를 확인할 수 있으며, 샤먼(廈門) 윈당후(篔簹湖)의 ‘어류 멸종에서 백로 서식지 복원’까지의 생태계 회복 과정과 싸이한바(塞罕壩)의 황량한 모래땅이 점차 녹지로 뒤덮힌 생태 기적 또한 목격할 수 있다. 또, 국립 공원의 귀여운 동물과 친밀한 교감을 나눌 수 있다.
[중국인의 12시진]
중국관 내부의 영상관에서는 테마 영상 <중국인의 12시진·時辰>이 상영된다. 이 영상은 중국 각지,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실제로 보내는 아침부터 밤까지의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하루를 그려내고 있다. 만약 인상 깊은 풍경이나 음식, 활동이 있다면 중국에 직접 방문해 더 많은 흥미로운 경험을 해보기를 바란다.
[스마트 도시]
수천 년 전의 양저, 은허에서 오늘날의 샤먼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항상 녹색 발전의 길을 따라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미래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스마트 라이프는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중국에너지건설그룹(中國能建集團)이 만든 ‘8대 네트워크’가 융합된 스마트 도시가 여러분에게 해답을 제시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스마트 도시 모형은 해안 도시를 사례로 도시의 다양한 기능을 에너지, 교통, 디지털, 수자원, 생태, 산업, 건강, 문화 8개의 네트워크로 나눴다. 이 8개의 네트워크가 상호 융합하면 혁신적이고 친환경적이며 스마트하고 융합적인 ‘현대판 무릉도원’이 탄생한다.
[AI 손오공]
중국의 신화 속 인물을 이야기하면 틀림없이 많은 사람들이 손오공을 떠올릴 것이다. 이번 엑스포에서 손오공은 대규모 AI 모델의 형태로 중국관에 등장한다! 커다쉰페이(科大訊飛, 아이플라이텍)의 싱훠(星火) 대규모 모델 기술이 적용된 ‘AI 손오공’은 중국어, 일본어, 영어 세 가지 언어를 구사해 관람객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 강력한 노이즈 캔슬링 음성 인식 기능, 다중 감성 음성 합성 등 세계적인 기술력이 접목돼 있어 수많은 관람객들이 모인 엑스포 현장에서도 ‘AI 손오공’은 정확하게 듣고 이해할 수 있다. 중국관에 방문해 제천대성(齊天大聖)과 함께 과거와 현재를 논하고 시를 쓰고 그림 그리는 체험을 해보기를 바란다.
[오대양 탐험]
유인 잠수함으로 잠항 심도 세계 기록(7062m)을 세운 세계 교룡호(蛟龍號)가 이번 엑스포의 중국관에 멋지게 등장해 관람객들을 환상적인 심해 탐험으로 이끈다. 조종 레버를 작동해 주변의 스크린에서 해저의 다양한 깊이에 서식하는 생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더불어 탕자링(唐嘉陵) 잠수사가 수심 7062m에서 촬영한 심해 영상도 직접 볼 수 있다.
[구천남승]
구천남승(九天攬勝) 전시에서는 중국관의 가장 진귀한 전시 작품, 바로 38만 킬로미터나 떨어진 달의 앞·뒷면에서 채취한 토양을 볼 수 있다. 이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의 앞면과 뒷면의 토양이 가까이서 동시에 전시되는 것이다. 창어(嫦娥) 5호가 2020년 12월 채집해 온 달의 앞면 토양 시료는 그동안 인류가 알고 있던 달의 화산 활동 역사를 바꿔놓았다. 분석 결과, 화산 활동이 약 8억 년에서 10억 년 더 지속됐음을 알 수 있었다. 창어 6호가 2024년 6월 갖고 온 달의 뒷면 토양은 달 뒷면의 ‘첫 번째 발자국’으로 43억 년 전 태양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 전시에서 중국 우주정거장의 우주비행사와 연결해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듣고 우주정거장에서의 업무와 생활에 대해서도 알아볼 수 있다.
【사진은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 및 왕자오양(王朝陽)이 제공했다.】
글 | 돤페이핑(段非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