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5
“여름철 땀을 흘리면서 훠궈를 먹고 ‘이열치열(以熱治熱)’하는 게 진정한 훠궈(火鍋)의 묘미죠.”
지난 4월, 중국 3대 화로(火爐) 중 한곳으로 꼽히는 충칭(重慶)에 다녀왔다. 4월임에도 이미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한창일 때 함께 ‘훠궈’를 먹던 충칭에 사는 지인이 했던 말이다.
훠궈는 중국어로 불 위에 올려놓은 냄비란 뜻으로, 영어로는 핫팟(Hot pot)이라 불린다. 흔히들 ‘중국식 샤부샤부’라 부른다. 충칭은 중국 훠궈의 본고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당시 필자가 갔던 충칭 시내 산 중턱에 자리잡은 야외 훠궈집은 무더위에도 훠궈를 먹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의 미식 다큐멘터리 ‘혀 끝으로 만나는 중국(舌尖上的中國)’에서 충칭 사람의 훠궈를 향한 열정을 그 어느 도시와도 비교할 수 없다고 했던 자막이 생각이 났다. 충칭에는 2만여 개 훠궈집이 있고, 30명 중 1명은 훠궈와 관련된 직업을 갖고 있다는 말도 있을 정도다. 충칭 출신의 영화 감독은 2015년 ‘훠궈영웅(火鍋英雄)’이라는 영화도 제작해 흥행에도 성공했다. 한국에서는 ‘훠궈전쟁’이라는 이름으로 관객과 만났다.
사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중국 음식이 훠궈다. 필자가 처음 훠궈를 접한 것은 베이징(北京) 유학시절이다. 당시 친구들과 학교 근처의 2층짜리 대형 훠궈집을 자주 오갔다. 저렴한 가격에 고기, 해산물, 채소·버섯, 두부류 등 온갖 식자재를 한꺼번에 넣어 먹을 수 있으니 영양 보충하기에 제격이었다. 현재 중국에 3년째 거주 중인 필자는 각지각색의 중국 훠궈를 맛볼 수 있는 게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뜨거운 냄비에 풍성한 식재료를 넣고 먹는 훠궈를 열정과 단결의 상징이라고 여긴다고도 하니, 필자가 볼 때 중국인에게 훠궈는 음식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인생은 훠궈로 원만해진다. 냄비가 가득 차 있어서 만족스러우면, 마음에 허전함이 없다(人生因火鍋而圓滿, 鍋裏有滿足, 心裏無空虛)’며 훠궈를 인생에 비유한 말도 있지 않은가.
글|배인선(한국), 한국 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