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0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눈앞에 우뚝 선 거대 여와상이 나타난다. 여와는 온화한 눈빛으로 인간세계의 중생들을 굽어보고 있다. 사진/VCG
한단 시내에서 북쪽으로 100km 떨어진 서(涉)현의 산속에는 여와를 기리는 사찰인 와황궁(媧皇宮)이 자리하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이곳은 중국 화하(華夏)민족의 시조인 여와씨가 흙으로 인간을 빚고, 뜨겁게 달군 돌로 무너진 하늘을 메웠다는 곳이다. 이처럼 신비로운 고사가 깃든 이곳은 늘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들의 발길을 불러 모은다. 산자락에 다다른 이들은 먼저 눈앞에 펼쳐지는 압도적인 풍경에 감탄을 내뱉는다. 멀리서 바라본 와황궁은 해발 822m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우뚝 서 있고, 좌우의 암벽은 완벽한 대칭을 이뤄 벼랑 위에 새겨진 거대한 부조(浮彫)처럼 보인다. 구전에 의하면, 사람들은 사찰을 높이 지을수록 신과 가까워지고 그만큼 신과의 교감도 깊어진다고 생각했다.
계단을 오르자 높이 9m가 넘는 거대한 여와상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그녀는 장엄하고 고요한 표정을 지으며 안정되고 평온한 자세로 서있다. 특히 사자 머리 문양으로 장식된 허리띠와 몸을 감싼 동물 가죽은 고대 여신으로서 그녀가 지닌 절대적인 권위와 위풍당당한 풍모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절벽 위에 세워진 와황궁 사진/VCG
와황궁으로 가려면 구불구불한 십팔반(十八盤, 끝없이 이어지는 가파른 굽이 길)을 지나야 한다. 가파른 절벽을 오르면 하늘 높이 솟은 날렵한 처마와 위엄 있는 자태를 뽐내는 와황각(娲皇閣)이 눈앞에 펼쳐진다. 와황각은 전체 높이 총 23m, 위아래 4층 구조로 이뤄져 있고 1층은 절벽에 뚫린 석굴을 따라 지어졌다. 2층부터 4층까지의 누각은 블록을 쌓듯 1층 석굴 위에 세워졌다.
인파에 휩쓸려 전각 2층으로 들어서자 벽면에 생동감 넘치는 근대 벽화가 눈부시게 펼쳐졌다. 이는 여와가 오색 돌로 하늘을 메운 전설을 찬양하고자 제작됐다. 사람들이 벽화 감상에 몰두해 있을 때, 갑자기 와황각 전체가 앞뒤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당황한 사람들이 우왕좌왕하자 곧 안내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러분, 놀라지 마세요! 지금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누각이 흔들리는 겁니다. 잠시 기다리시면 곧 안정될 겁니다!”
한단시 와황궁 관광지의 석각 사진/VCG
“사람이 많으면 누각이 흔들리고, 또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고?”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모두가 그 이유를 알고 싶어 안달이 났다. 이러한 일행의 마음을 읽은 가이드는 사람들을 이끌고 좁은 계단을 올라 와황각 3층으로 향했다. 전각 뒤편으로 돌아가자, 뜻밖의 광경이 펼쳐졌다. 절벽에 바싹 붙어 있다고 생각했던 와황각은 실제로 산과 일정한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었다. 위를 올려다보니 꼭대기에는 마치 코끼리의 콧구멍처럼 생긴 두 개의 큰 구멍이 뚫려 있었다. 이를 ‘전마비(拴馬鼻)’라 부르는데, 이 구멍을 통해 뻗어나온 아홉 가닥의 강철 사슬이 와황각 2층 전각의 벽체와 산을 단단히 연결하고 있었다.
마침내 ‘쓰러지지 않는 와황궁’의 비밀이 풀렸다. 그것은 바로 역학적 원리에 따른 것이었다. 사람이 많아지면 하중이 커지고 힘의 분포가 불균형해진다. 그러면 중력 작용에 더해 잘 구부러지거나 변형되지 않는 목재의 성질 때문에 전각은 앞으로 기울게 된다. 이때 쇠사슬은 최대로 팽팽하게 당겨지며 건물을 지지하고 반대로 사람이 적어지면 누각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이처럼 건물에 미끄러지고 흔들릴 수 있는 공간을 줌으로써 앞뒤로 흔들리는 현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멀리서 보면 와황각은 마치 쇠사슬로 산에 ‘묶여’ 고정된 듯한 모습이다. 그래서 이 사찰은 ‘살아 있는 공중 사찰’이란 뜻의 ‘활루조묘(活樓吊廟)’라 불린다.
여와는 전설 속의 인물로, 그녀가 실제로 존재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한단을 중심으로 한 허베이(河北)와 산시(山西) 일대에 여와와 관련된 유적이 다수 남아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전설에 따르면, 상고 시대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져 큰 홍수가 일어나자 중생을 불쌍히 여긴 여와가 돌을 뜨겁게 달궈 하늘을 메웠다고 한다. 연구 결과 한단이 위치한 나비 모양의 와지는 먼 옛날 운석 충돌로 인해 형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수천 년 전 고대인들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운석을 직접 목격했고, 이어서 천지를 뒤덮는 거대한 홍수가 밀려왔다. 이처럼 운석으로 인해 발생한 재난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깊이 각인됐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오늘날 우리에게 잘 알려진 ‘여와의 연석보천(鍊石補天, 돌을 달궈 하늘을 메움)’ 이야기로 남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