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1
올여름, 나는 오랜 한국 체류 생활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떠나기 전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수년간 함께한 개인 물건을 정리하고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중고 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이 가장 든든한 조력자가 되었다.
중국에서 유명한 중고 거래 플랫폼 셴위(閑魚)와 비교해 보면, 이 플랫폼은 ‘지역 커뮤니티’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회원가입 시 필수로 거주 지역을 인증해야 하고,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중고 거래 정보 역시 모두 인근 거주자들이 올린 것이다. 판매자와 구매자는 앱(APP) 채팅을 통해 거래 의사를 확인한 뒤 대부분 오프라인에서 만나 직거래한다. 지하철역 개찰구 앞이 흔한 접선의 장소다. 필자가 사는 지역 근처에는 동네 주민들이 협의해 마련한 공개 거래 장소도 있어 더욱 편리하고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다. 얼굴을 마주하고 현장에서 바로 송금하는 대면 거래 방식으로, 사람들은 불필요한 물건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분할 수 있다. 자원 낭비도 줄이고 현금도 얻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물론 거래가 늘 순탄하지만은 않다. 필자의 친구는 2만 원에 여러 벌의 중고 옷을 일괄 판매하려 했지만, 거래 현장에서 구매자가 옷 상태가 좋지 않다며 값을 깎으려 했다. 결국 친구는 판매를 철회했고 두 사람 모두 헛걸음만 하고 말았다. 이것이 아마도 ‘직거래’가 지닌 양면성일 것이다. 사진 속 필터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것이 실물에서는 더 현실적이고 투명하게 드러난다. 그만큼 서로 간의 세심한 조율과 이해가 더 필요한 것이다.
한국에서 가구나 가전 등 부피가 큰 물건을 처리하는 일은 늘 골칫거리였다. 직접 버리면 처리 비용이 많이 들고, 판매하는 것 또한 운반 문제 등으로 번거롭기 때문이다. ‘무료 나눔’ 기능은 이런 고민을 해결해 준다. 앱에 무료 나눔 글을 올린 뒤, 물건을 지정된 장소에 두면 필요한 사람이 직접 와서 가져가는 방식이다. 물론 무료 나눔은 선착순으로 진행된다. 필자가 다리를 다쳤을 때 사용하던 휠체어도 이런 방법으로 처분했다. 상대방이 알아서 직접 가져갔기에 전 과정이 비대면이었고 금전도 오가지 않았다. 택배 포장에 대한 걱정도 없었다. 지역 커뮤니티 중심 플랫폼의 강점이 바로 이런 점에서 드러난다.
온라인 플랫폼이 기존 중고품 거래 시장을 완전히 대체한 것은 아니다. 한국 친구로부터 일명 ‘동네 헌 옷 수거 아저씨’를 소개받았다. 귀국할 때 가져가기 곤란한 헌 신발을 집에서 편하게 처분할 수 있었다. 무게에 따라 값을 쳐주어 얼마 받지는 못했지만, 작별을 위한 치킨 정도는 살 수 있었다. 이 뜻밖의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은 마치 한국에서의 삶이 보내준 작별 선물 같았다.
요즘 중고 거래 플랫폼은 단순히 사고파는 것을 넘어 이제 먹고, 마시고, 노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동네의 사교 공간으로 성장했다. 직접 만나 물건을 주고받는 가까운 거리 안에서, 작은 물건부터 부동산, 자동차까지 중고 거래의 효율성이 한층 높아졌다. 사람들은 피트니스 수업을 공동 구매하거나 수공예 모임을 만들기도 한다. 거래든 나눔이든 본질은 사람과 사람 간의 교류다. 온라인 생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대인들에게 이는 소중한 대면 교류의 기회이기도 하다. 타향살이에 마침표를 찍는 필자지만 이곳이 많이 그리울 것 같다. 작은 화면 안에서 느꼈던 따뜻하고 생기 넘치며 사람 냄새 나는 ‘이웃의 온도’가 말이다.
글|쑹샤오첸(宋筱茜), 한국 이화여자대학교 한국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