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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전하는 중한 우의

중국 작가 장신커 인터뷰


2025-08-13      

지난 7월 3일 <철어> 출판기념회 겸 북토크가 ‘제15회 장쑤(江蘇)도서전’에서 열렸다. 사진은 현장에서 소설 내용을 설명하는 장신커(왼쪽에서 두 번째) 작가의 모습이다.


최근 중국 작가 장신커(張新科)가 8년에 걸쳐 집필한 장편소설 <철어(鐵語)> 정식 출간됐다. 1930~194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한국의 독립운동 지도자 김범(김구 선생을 모델로 한 인물)과 그가 이끄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구성원들이 중국 민중의 지지 속에서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에 맞서 싸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장신커 작가는 문학을 매개로 중한 양국이 운명을 함께했던 항일 전쟁의 기억을 생생히 되살리며 국경을 초월해 연대했던 공동의 역사를 부각시킨다. 이는 오늘날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양국 간 선린우호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역사적 힘을 불어넣고 있다.


혁명으로 맺어진 단단한 우정

“중국에서는 중한 우호 관계를 아는 사람은 많아도, 과거 두 나라가 손을 맞잡고 항일 전투를 벌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장 작가는 소설의 창작 동기를 이야기하며 30년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독일 유학 시절, 그는 한 한국 유학생이 들려준 김구 선생의 독립운동 이야기에 대해 깊이 감명받아 귀국 후 체계적으로 사료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요인들은 27년간 중국에서 망명 생활을 하며 13개 도시로 피난 또는 이전다. 많은 중국인들이 목숨을 걸고 한국의 독립운동가들을 숨겨주며 일제의 추격에 함께 맞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이러한 역사 속에서 저는 민족의 존망이 걸린 순간에 개개인이 발휘한 용기와 희생, 그리고 국경을 초월한 인간애를 보았다.” 장 작가<철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진실하고도 감동적인 역사를 알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역사의 진실한 결을 복원하기 위해 그는 2018년부터 네 차례나 한국으로 날아가 서울과 부산 등지에 있는 의사 기념관을 방문했다. 또 김구 선생의 당시 망명 경로를 따라 상하이(上海), 자싱(嘉興), 항저우(杭州), 전장(鎮江), 난징(南京), 창사(長沙), 광저우(廣州), 류저우(柳州), 치장(綦江), 충칭(重慶) 등 중국 13개 도시를 직접 답사했다. 그중에서도 그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사건은 바로 ‘상하이 훙커우(虹口)공원 의거’였다. 1932년 4월 29일, 일본군은 상하이 루쉰(魯迅)공원(당시 훙커우공원)에서 일왕의 생일을 기념하는 열병식을 거행했다. 그때 윤봉길 의사가 현장에 잠입해 주빈석을 향해 폭탄을 투척했고, 이로 인해 일본군 고위 지휘관들이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었다. 윤봉길 의사의 의거는 중국은 물론 전 세계를 놀라게 했으며 <철어> 속 주인공 김범이 항일운동을 이끄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장 작가는 “루쉰공원에는 윤봉길 의사를 기념하기 위해 건설된 메이위안(梅園)이 있다. 매번 그곳에 서서 한 손에는 총을, 다른 손에는 폭탄을 든 윤봉길 의사의 사진을 마주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숙연해진다”라고 말했다. 

 

그를 더욱 감동시킨 것은 거대한 역사적 서사에 묻혀 있던 평범한 사람들의 작지만 따뜻한 빛이었다. 상하이의 한 노인은 “그 시절 국숫집 주인들은 한국인이 가게에 들어서면 말없이 국수 밑에 소고기 몇 점을 더 얹어주곤 했다”라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자싱 김구 피난처에서는 한 주(朱)씨 뱃사공 여인이 위험을 무릅쓰고 김구 선생을 선창에 숨겨주었다는 내용의 옛 신문기사를 접할 수 있었다. 전장에 있는 무위안(穆源) 소학교는 자발적으로 교사를 내주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은신처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처럼 세세한 일화들은 소설 속 추이리쥔(崔立駿), 류(柳葉) 등 인물들의 살아 숨 쉬는 원형이 됐다. 장 작가는 “위기의 순간에 평범한 이들이 내민 손길이야말로 양국 우정의 가장 단단한 기반”이라고 말했다.


장신커 작가가 항저우 대한민국 임시정부 유적지 기념관을 방문해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역사는 미래를 잇는 ‘감정의 주춧돌’

“역사는 박물관에 봉인된 표본이 아니라, 미래를 잇는 ‘살아 있는 유전자’이다.” 장 작가는 일본 극우 세력이 끊임없이 역사를 왜곡하고 침략 범죄를 은폐하려는 상황에서 중한 양국이 항일의 기억을 함께 지켜나가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것이 “진실을 복원하는 일이자, 항일 영웅들에게 바치는 위로”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철어>는 문학적 표현에서도 역사적 사실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려 노력했다. 작품은 중대한 사건들을 재현하는 한편, 당시의 생활상은 물론 첩보 활동까지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장 작가는 이처럼 ‘온기를 담은’ 역사 서술 방식을 통해 전쟁이라는 격동의 세월 속에서 운명이 뒤엉켰던 중한 양국 민중의 삶을 더 많은 이들이 생생하게 체감하길 바랐다. 그는 “고난 속에서 다져진 신뢰와 이해야말로 오늘날 중한 관계 심화의 기반”라고 힘주어 말했다.


올해는 중국 인민 항일전쟁 승리 80주년, 한국 광복 80주년이자 중한 수교 33주년이 되는 해이다. 장 작가는 양국 관계를 ‘황해의 조수’에 비유했다. ‘비록 우여곡절이 있더라도 물결은 언제나 앞을 향해 나아간다’는 뜻이다. 그는 생사를 함께했던 공동의 기억이 역사적 사실을 넘어 미래 협력의 정서적 토대가 된다고 굳게 믿는다. “중한 양국은 가까운 이웃인 만큼 풍랑이 닥쳤을 때 서로를 지키고 도와야 한다.” 황해의 조수가 수없이 진흙과 모래를 씻어내며 오랜 세월에 걸쳐 견고한 신뢰의 해안선을 형성했듯, 양국은 앞으로도 두 손을 맞잡고 나아가며 굳건한 발자취를 남기게 될 것이다.


푸자오난(付兆楠)

사진장신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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