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0
2023년 9월, 팝마트의 팝랜드 시티 테마파크가 베이징에 문을 열었다. 라부부는 이곳의 인기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은 관광객들이 팝랜드 시티 테마파크에서 라부부의 공연을 관람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중국 팝마트(POP MART)에서 출시한 ‘숲의 요정’ 라부부(LABUBU)가 전 세계 아트토이 시장을 휩쓸며 각국 젊은이들이 열광하고 있다. 라부부는 단순한 아트토이의 범주를 넘어 국경을 초월한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라부부의 세계적 인기는 중국 아트토이 산업의 성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독창적인 디자인, 다양한 유통 채널, 차별화된 글로벌 전략으로 문화적, 지리적 장벽을 뛰어넘어 글로벌 인기 상품으로 도약했다.
2024년 12월 4일, 팝마트 바르셀로나점 안에서 현지 소비자들이 막 손에 넣은 아트토이를 환하게 들어 보이며 즐거워하고 있다.
‘마니아층의 전유물’에서 ‘세계적 센세이션’으로
2018년 팝마트와 정식 계약을 맺은 지식재산권(IP) 라부부와 이를 창작한 더 몬스터즈(THE MONSTERS)가 불과 몇 년만에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 인기를 얻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 놀라운 성공 뒤에는 팝마트의 장기적인 IP투자, 철저한 관리와 운영, 체계적인 육성 메커니즘이 자리하고 있다. 팝마트와 IP의 관계는 마치 음반사와 아티스트 간의 관계와 비슷하다. 플랫폼은 단순한 홍보자를 넘어 제작자의 역할을 자처하며 각 IP 특성에 따른 맞춤형 발전 전략을 제시한다.
라부부는 처음에 아트토이 수집가 사이에서 작은 마니아층을 형성하던 캐릭터였다. 주로 피규어 형태의 제품 위주였고 수집 마니아와 트렌드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 그러나 IP 운영 철학은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면서 발전해 나갔다. 팝마트는 기존 제품간의 경계를 과감히 허물고 새로운 카테고리 개척에 나섰다. 그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바로 봉제 인형(플러시 토이)이다. 기존 피규어와 달리 봉제 인형은 더욱 친근하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부드러운 촉감은 라부부의 ‘숲의 요정’이라는 설정과 잘 어우러져 캐릭터의 감성적 매력을 부각시켰다. 이는 곧바로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라부부의 팬층을 폭넓게 확장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외에, 라부부의 ‘대중적인 인기(出圈)’는 오프라인 공간의 정교한 설계가 큰 역할을 했다. ‘팝랜드(POP LAND) 시티 테마파크’와 같은 몰입형 공간은 라부부를 ‘상자 속 피규어’에서 꺼내 ‘일상 속 친구’로 탈바꿈시켰다. 오프라인 팝업스토어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요정들의 치어리딩 공연부터 라부부 시리즈의 대장 지모모(ZIMOMO)의 단체 군무 공연까지, 팝마트는 IP 캐릭터가 진정 ‘대중 속으로’ 들어가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도록 했고 이는 강렬한 현장감과 참여감을 이끌어냈다.
2020년 9월 5일, 팝마트의 첫 해외 직영점이 한국 서울에서 개장했다. 사진은 팝마트 서울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 전경이다.
더 중요한 것은 팝마트가 IP에 더욱 다채로운 표현 방식을 부여했다는 점이다. 라부부와 모코코(MOKOKO)를 위한 노래를 만들고, 전용 소셜미디어 계정을 개설해 캐릭터가 ‘말을 하게’ 하고, 플랫폼에서 ‘일상생활’을 공유해 이는 팬들과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이어졌다. 이러한 의인화와 소셜화 전략은 IP와 사용자 간의 물리적 거리를 좁혔을 뿐만 아니라 팬들이 브랜드에 대해 더욱 깊은 감정적 유대감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정교하고 장기적인 운영 전략 아래, 라부부는 마침내 ‘슈퍼 IP’로 거듭날 수 있었다. 9개의 뾰족한 이빨과 뾰족한 귀, 통통한 몸과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지닌 라부부는, 단 한 마디 ‘라부라부(LABULABU)’만으로도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전 세계의 소비자들의 공통된 감정을 전달하는 아이콘이 됐다.
팝마트 자동판매기 ‘로보숍(ROBOSHOP)’은 오프라인 판매 네트워크의 핵심 판매 채널 중 하나다. 현재 한국, 일본, 싱가포르, 미국, 호주, 뉴질랜드, 영국 등 여러 국가에 설치돼 전 세계 소비자들과 만나고 있다. 사진은 소비자가 블라인드 박스를 고르고 있는 모습이다.
라부부 신드롬, 무엇이 통했나?
라부부의 성공은 팝마트 IP 운영 역량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설립 초기 베이징(北京)의 작은 트렌드 잡화점에서 시작해 오늘날의 글로벌 아트토이 문화 그룹으로 성장하기 까지 팝마트는 언제나 IP를 핵심 동력으로 삼아왔다. 2016년, 팝마트는 오리지널 IP 히트작 ‘몰리(MOLLY)’로 성공적으로 탄생시키며 판매 루트부터 제품 개발로 전환을 이뤘다. 무려 19년 전에 등장한 몰리는 2024년에도 20억 9천만 위안(약 39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05.2% 성장했다. 이는 오리지널 IP의 놀라운 생명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다크호스’ IP인 크라이베이비(CRYBABY)도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사례이다. 태국 로컬 아티스트 몰리(Molly)가 창작한 크라이베이비는 독특한 감정 표현으로 인해 처음에는 시장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팝마트의 지속적인 지원으로 ‘감정의 자유’라는 메시지가 점차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기 시작했고 2024년, 크라이베이비는 처음으로 10억 위안의 매출을 돌파했다. 또한, 파워퍼프걸과의 협업 시리즈를 선보이고 북미 시장에서 현지 문화를 접목한 ‘CHEER UP, BABY!’ 시리즈를 출시하며 성공적인 문화 융합과 글로벌 인기를 얻는 데 성공했다.
현재 팝마트 산하 4개의 IP는 연 매출 10억 위안을 돌파했으며 13개의 IP도 연 매출 1억 위안을 넘어섰다. 더 몬스터즈 시리즈의 연 매출은 처음으로 30억 위안 고지를 뚫었으며, 크라이베이비는 가장 빠르게 ‘10억 위안 클럽’에 진입한 슈퍼 IP가 됐다. ‘아트토이’는 트렌드 문화를 중심으로 장난감을 매개체로 한 문화 콘텐츠 상품이다. 이 기저에 깔린 핵심 정서는 ‘공감’이다. 중국 아트토이 문화의 개척자이자 주요 보급자인 팝마트는 사람들의 문화 트렌드와 장난감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켰고 중국 아트토이의 폭발적 발전을 이끌며 해외시장으로 뻗어 나갔다.
2021년 12월, 팝마트는 싱가포르에서 ‘몰리의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하는 대형 IP 테마 전시회를 개최했다.
‘동시다발적’ 글로벌화 전략
창립자, CEO 왕닝(王寧)은 “이전에는 중국의 디즈니를 꿈꿨지만, 지금은 세계의 팝마트를 만들고 싶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오늘날, 이 비전은 점차 현실로 실현돼 가고 있다.
팝마트는 ‘가까운 문화 우선, 익숙한 문화 먼저’라는 원칙을 따른다.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화교 문화가 강한 시장을 우선적으로 선택해 테스트한다. 이러한 방식을 기반으로 팝마트는 첫 해외 진출지로 한국을 선택했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 습관이 비슷하면서도 강력한 소비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2020년 9월 5일, 팝마트의 첫 해외 직영 매장이 한국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국제무역센터(COEX)에 문을 열었다. 같은 날, ‘디무(Dimoo) 사회대학’ 시리즈 블라인드 박스를 전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 이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국가로 진출하며 해외 시장을 빠르게 넓혀 갔다. 2024년 말 기준, 전 세계 30여 개 국가 및 지역에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100여 개 국가 및 지역에서 공식 온라인몰을 오픈하고 있다.
문화가 다양하고 소비 성향의 차이가 매우 큰 글로벌 시장에서는 현지화 운영이 핵심이다. 팝마트는 각 지역의 로컬 아티스트와 적극적으로 협업해 현지의 미적 감각과 문화적 맥락에 부합하는 오리지널 캐릭터를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IP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예를 들어, 태국 시장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크라이베이비’는 팝마트와 계약한 태국 아티스트 몰리가 창작한 캐릭터이고, 북미 시장의 히트상품인 ‘피치 라이엇(Peach Riot)’은 미국 아티스트 리비(Libby)와 협업했다. 이러한 현지화 작업은 팝마트가 각국 소비자와 정서적으로 보다 직접적이고 깊이 있게 연결하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와 시장 수용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아티스트와의 계약을 통한 현지화 창작 외에도, 팝마트는 브랜드의 현지 문화 침투력을 강화하기 위해 ‘문화 연계’ 성격의 한정판 제품을 끊임없이 기획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한정 출시된 라부부 명화 컬래버 시리즈는 고전 예술과 아트토이 IP를 결합해 선보였다.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출시된 ‘멍리(萌粒) 코알라’ 시리즈는 현지 동물 이미지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최초의 기획 제품이다. 이처럼 각 지역의 문화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재창조하려는 팝마트의 시도는 해당 문화권에 대한 유연한 접근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인지도를 비약적으로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낯선 시장에 진출할 때, 팝마트는 현지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글로벌 IP와의 협업을 통해 진입장벽을 빠르게 허문다. 디즈니, 산리오 등 세계적인 유명 IP와의 콜라보는 팝마트의 초기 노출도를 높였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머릿속에 빠르게 각인되는 데도 효과가 있었다. 이러한 전략은 브랜드가 새로운 시장에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 낯선 환경 속에서도 초기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
중국 제조와 중국 시장의 이중 지원
초기의 트렌드 잡화점에서 현재의 아트토이 문화 그룹으로 성장한 팝마트는 신세대 중국 기업으로서 중국 제품을 다양한 문화권 소비자들에게 판매해 중국 브랜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팝마트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165%~170% 증가했다. 그중 해외 사업 수익은 전년 대비 475%~480% 폭증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국가 및 지역)은 전년 대비 345%~350%, 미주 지역은 895%~900%, 유럽 지역은 600%~605% 각각 증가했다. 왕닝 CEO는 2025년 팝마트 해외 시장 매출이 100% 성장해 100억 위안을 돌파할 것이라 밝혔다. 그 이면에는 중국 제조와 중국 시장이라는 탄탄한 기반이 존재한다.
왕 CEO는 중국 제조의 강점을 브랜드 글로벌화의 중요한 기반으로 보고 있다. 세계적인 제조업 대국인 중국은 체계가 완비된 산업망, 성숙한 산업 생태계, 비교적 낮은 한계 제조 비용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체계화된 역량은 팝마트가 대량 생산과 잦은 제품 출시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고, 제품의 품질 또한 보장해 준다. 라부부로 예를 들면, 이 IP가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는 독특한 디자인뿐만 아니라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제조 및 유통 시스템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많은 해외 팬들이 줄을 서서 앞다퉈 제품을 구매하며 그 높은 품질에 놀라워하는 배경에는 바로 ‘중국 제조’의 저력이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기반은 바로 중국 시장 자체이다. 현지 시장의 치열한 경쟁과 소비 수준 향상이라는 이중 압력 속에서 팝마트는 까다롭고 변화가 빠른 소비자 환경에서 생존하는 데 익숙하다. 이러한 시장 환경은 기업이 제품력, 미적 감각, 서비스 수준을 끊임없이 향상하도록 요구한다. 동시에 팝마트에게는 IP에 대한 시장 반응을 테스트하고, 사용자와 공동 창작하며 브랜드 혁신을 위한 귀중한 성장 무대가 돼 주었다. 바로 이러한 중국 시장에서 꾸준히 다듬어온 방식을 통해 IP 인큐베이팅 및 운영에 대한 일련의 핵심 역량을 구축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이뤄낼 수 있었다.
사실 팝마트가 만든 것은 단순한 IP 캐릭터가 아니라, 높은 수준의 표준화와 정서적 공감이 결합된 제품 형태다. 이러한 제품은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가벼우면서도 정교함을 잃지 않는 형태로 사무실 책상, 자동차 대시보드, 옷장 구석 등에 놓여 소비자의 일상 속에 스며든다. 왕 CEO가 말했듯, 비즈니스의 본질은 ‘존재감’과 ‘만족감’ 두 가지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아트토이 제품은 본래 소셜 화폐(社交貨幣)의 속성을 가지고 있어, 현대 젊은이들이 자신을 표현하고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있어 내재된 욕구를 제대로 공략한다. 어떤 소비재가 정서적 가치를 제공하면서, 계층 간 장벽도 허물어 스타든 평범한 직장인이든 모두 동일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은 ‘위대한 평등자(The Great Equalizer)’가 될 잠재력을 가진 것이다. 코카콜라, 아이폰, 레고, 디즈니, 마오타이(茅臺) 등과 같은 브랜드들이 모두 이러한 논리에 따라 글로벌 브랜드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앞으로 아트토이는 단순한 ‘장난감’의 대명사가 아니라, 점차 문화적 정체성, 미적 트렌드, 감성 소비의 매개체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중국 아트토이와 애니메이션 산업 발전 보고서(2024)>에 따르면, 중국 아트토이 산업의 총 가치는 2026년에 1100억 위안을 돌파하고, 연평균 성장률은 2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 해외 시장이 성장의 핵심 공간이 될 것이다. 팝마트와 같은 기업들이 문화적 장벽을 끊임없이 허물고 글로벌 시장에서 오랫동안 문화적 흔적을 남길 수 있을지는 결국 소비자와 얼마나 더 깊이 있는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느냐에 달려 있다.
팝마트는 단순히 한 기업의 성장 궤적을 넘어 중국 브랜드가 글로벌 무대에서 그려낼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글 | 푸자오난(付兆楠)
사진 | 팝마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