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0
중국외문국 아시아태평양커뮤니케이션센터 왕한핑 부주임이 시상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외국어 인재는 문명을 연결하는 다리이자 문화 간 교류의 사절이다. 현재 중국에는 본과와 전문 과정을 아우르는 200여 개 대학에 한국어 전공이 개설돼 있으며 연간 1만 명 이상의 졸업생을 배출해 중한 교류를 위한 새로운 미래 동력을 키워가고 있다. 그렇다면 젊은 한국어 인재들의 실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중국 대학생들은 중한 우호 관계에 대해 어떤 독특한 시각과 통찰을 갖고 있을까?
지난 6월 7일, 제5회 ‘주펑(珠峰)배’ 중국 대학생 한국어 동영상 대회가 그림 같은 풍경을 자랑하는 저장(浙江)성 항저우시에서 개최됐다. 이번 대회는 중국외문국 아시아태평양커뮤니케이션센터, 저장성 본과대학 외국언어문학전공 교학지도위원회, 항저우시 인민대외우호협회가 공동 주최하고, 항저우사범대학과 저장성 중한 경제문화교류연구회가 주관했다. 전국 약 100여 개 대학에서 300여 편의 작품이 모이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중국 강남 수향 마을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부터 한국 서울 거리의 활기까지, 또 전통 무형문화유산의 활성화에서 오늘날 젊은 세대의 가치관과 생각에 이르기까지, 출품작들은 중한 문화가 어우러지는 아름다움을 오롯이 담아냈다. 나아가 신시대 중국 대학생이 지닌 문화적 자긍심과 폭넓은 국제적 시야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중국외문국 아시아태평양커뮤니케이션센터 왕한핑(王漢平) 부주임은 축사에서 ‘주펑배’는 젊은 학도들의 창작 열정에 불꽃을 지폈다면서 청년들은 발걸음으로 문화를 체감하고 렌즈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며 한국어로 중국의 이야기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또 이를 통해 청년 세대가 인류운명공동체라는 원대한 이념을 자신만의 젊음과 패기로 표현하는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에서 특등상을 수상한 쿵즈신 양과 싱화이톈 군이 월간 <중국>과 인터뷰하고 있다.
청년 한국어 인재들의 생각과 행동
이번 ‘주펑배’의 주제는 ‘여행의 의미’였다. 참가자들은 탄탄한 한국어 실력과 창의적인 영상 기획력은 물론 다양한 시각을 통한 인문적 통찰을 화면으로 전달했다. 실제 한국 여행의 경험을 기록한 작품부터 문화 교류와 융합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 그리고 청년 세대가 중한 우호에 거는 진심 어린 기대까지 보여줬다.
수상자들과 인터뷰에서 많은 학생들이 처음에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 음악이나 음식 때문에 한국어에 흥미를 갖게 됐지만, 깊이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중한 관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허베이(河北)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리만화(李曼華) 양은 “한국어를 공부해 보니 중한 양국은 비슷한 점이 많고 언어적으로도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중국인이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독특한 강점을 가지고 있어서 한국어 학습에 대한 자신감을 높여 줬다”라고 말했다. 리 양은 앞으로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해 양국 교류의 다리 역할을 하는 통번역가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등상 수상자인 푸단(復旦) 대학 2학년생 싱화이톈(邢懷天) 군과 쿵즈신(孔祉心) 양은 작품 제작 비하인드를 들려줬다. “지난해 여름방학 때 20여 일 동안 혼자 한국을 여행했다. 내 작품의 많은 소재가 그때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싱 군은 “여행 기간 여러 한국 친구들의 집에서 묵었는데 나를 매우 잘 챙겨줬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인의 실생활을 생생하게 체험했고 진정한 한국을 이해할 수 있었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어 공부의 가치를 특히 강조했다. “한국어 공부로 한국인과의 소통 장벽이 제거된 것은 물론 한국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뀌었고 소중한 인생 경험도 얻었다.”
시나리오 기획을 맡은 쿵 양은 제작 경험을 공유하면서 중한 청년 교류의 가치를 특히 강조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중한 양국 누리꾼이 서로에게 큰 관심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한국 유학생과 일상적인 교류와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문화적 오해를 풀어내고 점진적으로 인식을 통합해 나가는 경이로운 과정을 경험했다. 나는 이러한 교류가 지속된다면 양국 청년의 우정과 유대는 더욱 돈독해질 것이라 확신한다.”
시상자가 수상 학생에게 상장을 수여하고 있다.
한국어 인재, 중한 교류 주역돼야
진룽쥔(金龍軍) 항저우사범대학 외국어학원 조선어학과 교수는 ‘주펑배’ 창설 멤버로 지난 5년 동안 대회 발전을 직접 경험했으며 한국어 전공 학생들의 성장을 지켜봤다. 날로 치열해지는 대회 경쟁을 보면서 진 교수는 “학생들의 작품 수준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올해는 특히 한국어 수준이나 영상 제작 면에서 모두 우수한 작품이 많아 놀라움을 안겨줬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항저우사범대학 출품작 지도 교수로 참여한 한국인 공미희 교수 역시 이 말에 공감했다. 그는 “단순히 한국어 실력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번 대회는 학생들이 성장하는 기회가 됐다”라며 “대회는 학생들에게 한국어 발음과 억양을 연습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장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한국 문화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창구 역할도 했다”라고 말했다. 또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한국어 수준이 향상되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꼈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몇 년 사이,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의 부상으로 외국어 전공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외국어 교육은 전환과 혁신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진 교수는 “새로운 시대의 외국어 인재, 특히 한국어 인재는 단순히 언어적 역량에만 머물러선 안된다. 한국 문화 등 다방면에 걸친 지식을 깊이 있게 습득해야 한다. 그래야 진학이나 취업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어 전공 인재가 중한 관계에서 지니는 가치에 대해 진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양국은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교류 과정에서 의견 차이나 마찰이 발생하고 관계에 때때로 기복이 생기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어 전공 인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들은 양국 교류에서 ‘윤활유’ 같은 존재로 양국 국민의 원활한 소통을 도울 뿐 아니라 서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형성하도록 이끌며 중한 교류에서 대체할 수 없는 역할을 한다.”
‘주펑배’ 중국 대학생 한국어 동영상 대회는 2021년 창설된 이래, 중국 전역의 대학 및 전문대학 한국어 전공자와 관련 분야 재학생을 위한 한국어 전문 경연의 장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참가자들이 영상 제작이라는 현대적이고 창의적인 매체를 활용해 언어 구사 능력과 문화 간 소통 역량,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심층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중국 내 한국어 교육 분야의 핵심 실천 플랫폼으로써 학생들의 실제적인 역량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글 | 왕윈웨(王雲月)
사진 | 항저우(杭州)사범대학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