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0
한단시 광부고성(廣府古城) 관광지 사진/VCG
한단(邯鄲)에 오기 전,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 도시에 대한 인상은 ‘한단학보(邯鄲學步, 남의 흉내를 내려다 본래의 것도 잃다)’라는 고사성어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단은 30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고도(古都)이자 중국에서 단 한 번도 이름이 바뀌지 않은 유일한 도시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역사는 단순한 책 속의 기록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일상’ 그 자체다. 부양하(滏陽河) 강변에는 노장 예술인이 피영극(皮影戲, 인형 그림자극)을 통해 춘추전국 시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등교하는 아이들은 학보교(學步橋)를 지나며 얼마 전 국어 시간에 배운 고사성어 ‘한단학보’를 입속으로 중얼거린다. 전설에 따르면, 이곳은 중국 신화 속 여제인 여와(女媧)가 오색의 돌을 달구어 하늘의 구멍을 메웠다는 ‘여와보천(女媧補天)’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또한 태극권은 이 지역에서 세월을 넘어 전승되며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는 건강 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호 <지방순례>에서는 한단이 지닌 특별한 매력을 함께 탐방하고, 3천 년의 역사가 어떻게 오늘날 사람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글|위안수(袁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