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6
린샤는 옛날에 허저우라고 불렸기 때문에 지금도 현지 특산품 이름에는 ‘허저우’라는 글자가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허저우 밍위안 개완차박물관에 전시된 형형색색 개완의 모습이다.
오후의 열기가 청벽돌을 데우자 다가항을 지나는 행인도 조금씩 줄었다. 골목 깊숙한 곳, 허저우 밍위안 개완차박물관(河州茗源蓋碗茶博物館)의 나무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벽을 가득 채운 수천 개의 개완(뚜껑이 있는 찻잔)이 눈앞에 펼쳐졌다. 모란 무늬가 있는 금박 청자, 빙렬 무늬가 있는 백자 잔, 장수 복숭아가 그려진 주홍색 칠기까지, 또 명청 시대 스타일에서 현대적 감각의 창작품까지 빼곡하게 진열된 것이 다도의 역사가 펼쳐진 듯하다. 린샤 사람들은 개완차를 ‘삼포태(三泡臺)’라고 한다. 천청유(天青釉, 하늘색 유약)가 칠해진 받침대가 같은 색 찻잔을 받치고 있다. 뚜껑을 열면 여덟 가지 재료를 함께 우린 ‘팔보차(八寶茶)’가 있다. 녹색 찻잎이 용안과 대추, 말린 살구 사이에 떠있고 새콤달콤한 차 향이 뜨거운 김과 함께 은은하게 퍼졌다. 오랜 시간 이 동네에 살아온 주민들이 꽃이 조각된 나무 창문에 기대어 앉아 은은한 팔보차 향에 취한다. 그렇게 해그림자가 팔방십삼항 처마에 비스듬히 드리울 때까지 앉아 있곤 한다.
황금빛 저녁노을이 거리와 골목을 물들이면, 야시장에서 풍기는 구수한 음식 냄새가 오가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중국 만두 바오쯔(包子) 가게의 대나무 찜통이 열리는 순간, 손바닥만 한 허저우 바오쯔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얇은 피에 싸인 양고기와 부추를 섞은 소에서 육즙이 배어 나온다. 옆에서는 쇠솥 안 캉양위(炕洋芋, 감자요리의 일종)가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익어간다. 바삭한 껍질 속에는 부드럽고 촉촉한 감자 속살이 가득하고 육수의 감칠맛이 속까지 깊이 스며 들었다. 기름 솥에는 궈궈(餜餜, 튀김류)가 바삭하게 튀겨져 꽈배기나 모란 꽃 모양으로 변하고 있다. 한 입 베어 물면 벌집 모양의 공기층 사이로 고소한 참깨 향이 한가득 퍼진다. 뉴러우몐(牛肉面, 소고기국수) 가게에서 제면사가 시원하게 반죽을 던져 올린다. 은사처럼 가느다란 면발이 그릇에 담겨 손님 식탁에 오르면, 차마시장 전조 벽면에 새겨진 행상인들이 대접에 국수를 먹는 모습과 절묘하게 겹쳐지며 시간을 초월한 풍경처럼 느껴진다.
차 향기와 다양한 음식 냄새가 골목 사이를 감싸고 전조 속 상단의 낙타 방울 소리가 시끌벅적한 시장 한가운데서 울려 퍼지는 듯하다. 팔방십삼항의 정겹고 활기찬 삶의 모습은 이처럼 수천 년을 이어져 온 오래된 기억과 다채로운 민족의 정서를 평범한 일상의 차와 음식에 녹여내 현대인의 미각을 넘어 마음 깊이 감동으로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