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9
베이징(北京) 궈안(國安)이 상하이(上海) 선화(申花)와 홈그라운드 경기를 하던 지난 7월 19일 저녁, 베이징 싼리툰(三里屯) 궁티(工體, 공인체육장)에는 무려 6만2291명의 관중이 운집해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필자가 알고 지내는 한 베이징 토박이 지인은 중국 프로축구 슈퍼리그 ‘중차오(中超)’ 베이징 궈안팀의 팬클럽 ‘어림군(御林軍)’이다. 어림군은 과거 수도나 궁궐을 지키는 황제 직속 근위군에서 유래된 말이다.
그는 지난해부터 1000위안(약 19만 원)짜리 베이징 궈안팀 시즌권을 사서 틈틈이 싼리툰 궁티로 경기를 보러 다닌다. “그라운드에서 네 이름을 외친다, 녹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은 우리의 스타다(綠茵場上呼喊著你的名字, 綠色身影是我們的明星)”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궈안은 언제나 1등을 다툰다’를 비롯해 ‘마지막 승리(最後的勝利)’, ‘녹색신앙(綠色信仰)’ 등 궈안팀 응원가도 달달 외운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중국 슈퍼리그 첫 13라운드까지의 누적 관중 수가 전 시즌 동기 대비 21.6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궈안팀 시즌권은 판매 개시 1분만에 매진됐을 정도다. 궈안팀의 축구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싼리툰에는 궈안팀을 상징하는 녹색 유니폼을 입은 젊은 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廣州), 다롄(大連) 등 각지 도시민들은 국가대표팀보다 각자의 도시에 대한 명예와 자부심, 그리고 상대 도시를 향한 라이벌 의식으로 수퍼리그를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듯했다. 또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축구 경기 관람은 콘서트와 함께 인기 있는 여가 체험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지인은 축구장에 맥주와 햄버거, 치킨 등 간식거리를 사 들고 가서 먹으며 함성을 지를 때면 직장 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다 날아간다고 말했다.
최근 장쑤(江蘇)성 축구리그, 이른 바 쑤차오(蘇超, 장쑤 슈퍼리그)가 인기를 몰고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2021년 중국 슈퍼리그에서 우승한 장쑤성 축구팀 쑤닝(蘇寧)이 모기업인 쑤닝그룹의 자금난으로 해체되자 장쑤성 산하 도시들이 각자 팀을 만들어 축구리그를 만들어 빈자리를 채웠는데, 각 도시민들의 참여 열기가 그렇게 뜨겁다고 한다.
사실 필자가 마지막으로 경기장을 찾은 건 지난 2023년 항저우(杭州) 아시안게임의 한국과 중국 타이베이(臺北) 축구 경기전이다. 거센 빗속에서도 중국인과 한데 섞여 환호성을 지르며 응원했던 추억이 아직도 가끔 떠오른다.
최근 한 지인으로부터 베이징 궈안팀의 대표선수 ‘장시저(張希哲)’ 이름이 새긴 녹색 유니폼 티셔츠를 선물 받았다. 올해 시즌이 다 가기전에 기회가 된다면 궁티 경기장에 가서 일일 궈안 축구팬으로 함께 ‘궈안필승(國安必勝)’을 외치며 응원해보고 싶다.
글|배인선(한국), 한국 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