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3
중국과 한국 간 오랜 교류의 역사에서 민간에서 비롯된 선의와 수호는 언제나 가장 유연하고 따뜻하면서도 가장 큰 울림을 남겨왔다. 2025년 여름과 가을, 국경을 초월한 두 영웅의 생명 구조 이야기는 위기 속에서 양국의 우정을 한층 더 빛나게 했다. 퇴역군인 출신의 중국 버스 기사가 생명의 마지막 힘을 다해 한국인 관광객을 지켜냈고, 한국 해양경찰은 목숨을 걸고 중국인 노인을 구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었다. 이들은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숭고한 직업 윤리와 인도주의 정신을 보여주었고 ‘생명 우선’이라는 인류 공동의 신념을 몸소 실천했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양국 국민들의 마음 깊은 곳에 가장 따뜻한 울림과 깊은 감동을 남겼다.
의식을 잃기 직전 10초: 뼛속 깊이 새겨진 ‘헌신과 수호’
2025년 6월 29일 밤, 장자제(張家界)에는 서늘한 산바람이 불고 있었다. 중국인 버스기사 샤오보(肖波)는 11명의 한국인 관광객과 가이드를 태우고 장난(張南)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칠흑 같은 밤 속에서 샤오 기사의 얼굴이 갑자기 고통으로 일그러지고 오른손이 떨리면서 차량이 통제력을 잃고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가이드가 다급히 샤오 기사에게 소리쳤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그 순간 샤오 기사는 이미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확인된 버스 내 CCTV 영상에는 놀랍고도 감동적인 장면이 담겨 있었다. 퇴역군인 샤오 기사는 조금이나마 남은 의식을 쥐어짜내 차의 시동을 끄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우는 중요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샤오 기사가 브레이크 레버를 꽉 붙잡고 있었고 버스는 결국 멈췄다.” 가이드는 목이 메인 채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차 안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무사했고 버스가 달리던 다리 아래는 수십 미터의 낭떠러지였다.” 사고가 난 지 사흘 뒤, 샤오 기사는 뇌출혈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샤오 기사의 남동생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형은 전역했어도 군인의 본분을 잊지 않았고 늘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했다.”
주우한(武漢) 대한민국 총영사관은 특별 서한을 보내 고(故) 샤오보 기사가 국경을 넘어 생명을 존중하는 정신을 실천했다며 경의를 표했다. 장자제시는 고(故) 샤오보 기사에게 ‘장자제의 호인(好人)’이라는 명예 칭호를 추서하기로 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국인 관광객은 울먹이며 “중국에 하나의 산이 있고 그곳에서 한 사람이 목숨을 걸고 우리를 지킨 것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갯벌 위의 수호: 한국 해양경찰의 ‘위대한 사랑’
두 달 뒤인 지난 9월 11일 새벽, 한국 인천 앞바다에는 거센 파도가 몰아쳤다. 70대 중국인 노인이 밀물에 갇혀 갯벌에 빠졌다. 34세의 한국 해양경찰 이재석 경사는 현장으로 달려가 부상당한 노인을 발견하자마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부력조끼를 벗어 노인에게 입혔다. 이 경사는 풍랑에 맞서 온 힘을 다해 노인을 해안가로 밀며 헤엄쳐 갔지만 정작 자신은 거친 파도에 휩쓸리고 말았다. 결국 노인은 구조됐으나 이 경사는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9월 12일, 강훈식 한국 대통령 비서실장은 인천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이재명 대통령의 조전을 대독하며 생명을 구하기 위해 헌신한 고(故) 이재석 경사의 순직 소식에 깊은 슬픔과 애도를 표하고 그 숭고한 정신과 헌신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주한 중국대사관도 애도의 뜻을 표하며 유가족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전했고, 다이빙(戴兵) 대사는 김용진 해양경찰청장에게 서한을 보내 깊은 애도와 위로를 전했다.
그동안 바다를 사이에 둔 이웃 나라인 중국과 한국의 해양경찰은 긴밀히협력하며 해상에서 조난을 당한 상대국의 선박이나 국민을 여러 차례 구조해 왔다. 바로 지난 5월에도 제주 선적의 어선이 악천후로 침몰하자 한국 해경은 항공기와 경비함정을 급파했고 중국측에 수색 및 구조 협조를 요청했다. 중국 해경들은 풍랑 속에서 사투를 벌인 끝에 선원 8명을 전원 구조했다. 이에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 지사는 주제주 중국총영사관을 직접 찾아 감사의 뜻을 전했다.
따뜻함으로 영원한 우정의 다리를 잇다
중국 장자제의 높은 다리 위에서부터 한국 인천의 해안에 이르기까지, 앞선 사연에서 중국 버스기사와 한국 해경은 서로를 알지 못했지만 생사의 갈림길에서 아무런 망설임도 그리고 조건 없이 타국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평범한 두 사람의 선택은 인간의 가장 순수한 선량함을 보여주었다. 언어의 장벽과 국경을 넘어 오직 생명을 위해 기꺼이 손을 내미는 연대와 도움의 정신이었다.
이는 인간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진실된 선의이자 따뜻함이고 중한 양국 민간 우호의 참된 표상, 그리고 동양 문화 속에 깊이 뿌리내린 인애와 용기, 책임을 나타낸다. 중한 양국이 문화적 맥(脈)을 함께해 왔고 국민 간의 우호는 언제나 양국 관계에서 가장 단단한 유대였다.
고(故) 샤오보 기사와 고(故) 이재석 경사는 세상을 떠났지만 영원히 바래지 않을 빛과 온기를 남겼다. 그 빛은 앞으로도 중한 양국 국민의 우정과 마음을 잇는 길을 밝혀줄 것이며, 그 온기는 국경을 넘는 헌신의 기억으로 두 나라 국민의 마음속에 영원히 새겨질 것이다.
글|궁룽(龔榮), 글로벌이슈 분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