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5
개인의 운명과 성격, 건강 등을 읽어낼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손금
중국에는 예로부터 ‘오술(五術)’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신선의 도리를 추구하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양생(養生)의 방법을 다룬 ‘산술(山術)’, 한(漢)의학의 ‘의술(醫術)’, 인생의 운세를 추단하는 ‘명술(命術)’과 상술(相術)’, 그리고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점치는 ‘복술(卜術)’ 등 다섯 가지를 일컫는다.
서로 근거가 다르지만, 보통 일반인들은 생활 속에서 명과 상을 함께 언급하곤 한다. 운명을 논하는 ‘명술’에는 사주팔자(四柱八字), 자미두수(紫微斗數, 별자리와 구궁을 조합한 점성술), 성명학 등이 포함된다. ‘상술’은 현상과 형상을 관찰하는 것으로 손금과 관상 등이 있다. 중국인은 명술과 상술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출생 시 사주를 보고 결혼 시 궁합을 맞추는 것은 기본이고 해마다 운세를 보고 사업운을 묻는 등 수없이 많다. 심지어 고대에는 상술을 연구하는 제왕도 있어 인재를 등용할 때 명상 결과에 따라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사주팔자’는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를 이용해 각 개인의 출생 연도, 월, 일, 시를 정확하게 기록하는 방식으로 ‘연간(年干), 연지(年支)’, ‘월간(月干), 월지(月支)’, ‘일간(日干), 일지(日支)’, ‘시간(時干), 시지(時支)’로 총 여덟 글자로 구성돼 있다. 중국 전통 혼례 풍습에서 사주팔자는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혼인 전에 부모는 전문 명리학자에게 의뢰해 ‘사주합(八字合, 궁합)’을 맞춰보는데, 이는 바로 남녀 두 사람의 정확한 생년월일시를 바탕으로 원만한 혼인 생활을 예측해 보는 것이다. 혼인은 인륜지대사이기에 오늘날에도 ‘사주궁합’을 보는 관습은 여전히 폭넓게 행해지고 있다.
얼굴에 있는 점의 구체적인 위치와 성별에 따라 사람의 운명을 점친다.
중국인은 ‘상유심생(相由心生, 생김새는 마음에서 나온다)’이라고 생각해 관상학이 특히 발달해 있다. <황력(黃曆)>을 보면, 칭골산명술(秤骨算命術)이나 얼굴 위에 점으로 가득한 그림 또는 손바닥 위에 그려진 많은 선 등을 보게 된다. 선조들의 지혜는 실로 경탄할 만하다. 머리와 얼굴을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세세하게 여러 부분으로 나누고 이를 바탕으로 다채로운 이론들을 정립했다. 여기에는 점, 흔적이나 무늬를 분석하는 이론은 물론 심지어 뒤통수를 통해서도 개인의 특성을 파악하기도 했다. ‘관상학’은 이마, 눈썹, 눈, 코, 귀 등 얼굴의 각 부위로 사람의 성격, 생각, 운세, 길흉화복을 판단하는 것이다. 관상학은 예로부터 널리 전해져 오고 있다. 주(周)나라 시대에 정치적 인재를 선발할 때 관상학자로부터 도움을 받았고, 춘추(春秋) 시대 진(晉)나라에 흉년이 들고 도적이 사방에 들끓자 관청에서 관상학자를 불러 상술로 도적을 분간했다.
관상학을 통해 뛰어난 인재를 등용한 사례는 중국 역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진한(秦漢) 시대 이후, 개국 군주를 보좌한 대부분의 국사(國師)는 상술에 능통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인물로 삼국 시대의 제갈량(諸葛亮), 명(明)나라의 유백온(劉伯溫)이 있다. 청(淸)나라 시대의 중흥(中興)의 명신 증국번(曾國藩)은 나라를 다스리고 병사를 이끌고, 집안 살림을 꾸리고, 학문을 하는 데 정통했을 뿐만 아니라 상술에도 능했다. 또한 <빙감(冰鑒)>이라는 책을 남겨 역사적으로 ‘지인선임(知人善任, 사람의 능력을 잘 파악해 적재적소에 잘 임용하다)’이라 평가 받고 있다. 오관(五官)을 관찰하면 한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분석을 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하면, 눈썹은 건강과 지위, 눈은 의지력과 마음씨, 코는 재물과 건강, 입은 먹을 복이나 생계·수입 그리고 귀인운, 귀는 장수 여부와 관련이 있다. 일반 사람들도 ‘사자 코’는 재물운이 많고, ‘삼백안(三白眼)’은 냉정한 인상을 주고, ‘팔자 눈썹’은 정이 많다 등 상술을 통해 기본적인 관찰이 가능하다. 이는 사람에 대한 첫인상을 형성하고 이해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
중국 전통문화에 현학(玄學)이 있는데, 이는 가장 먼저 <노자(老子)>, <장자(莊子)>, <주역(周易)>의 연구와 해석으로 시작됐다. 고대에 발표된 이 세 편의 대작은 삶과 과학, 실용성, 문학의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고 그 속에 드러나는 인류의 지혜는 출중하면서도 풍부하다. 하지만 후대의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깊이 있게 연구하지 않는다면, 그 속에 담긴 깊은 뜻과 지혜를 이해하기 어렵다. 반면, 풍수와 산명(算命), 점복, 택일(擇日), 성명학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술수(術數) 방면에서 대대로 사람들이 심혈을 기울여 연구하고 독창적 발전을 이뤄 왔다. 그 결과 오늘날 중국의 현학이라고 하면 대부분은 ‘중국 술수’만 떠올리는 것 같다.
‘철판신수’ 점복에서 주판과 추첨(抽籤, 제비뽑기) 등 도구들이 사용된다.
‘술수’에 관해서 말할 때, 보편적으로 ‘일연이명삼풍수(一緣二命三風水)’라고 한다. 이는 사람의 운명의 좋고 나쁨을 결정짓는 주요한 요소이다.
‘연(緣)’은 추상적인 개념으로, 사람과 세상 간의 보이지 않는 연결을 말한다. 중국인은 항상 설명하기 어려운 많은 일들을 ‘인연’이라는 두 글자로 풀어내곤 한다. 그리고 먼저 하늘이 정해준 인연이 있어야 관계와 발전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기에는 좋은 인연과 나쁜 인연 모두 포함된다.
풍수는 더 신비로운 것처럼 보이나, 오히려 더 구체적이다. ‘풍수를 보는 것’은 중국인에게 있어 불변의 진리이다. 집에 살기 전에 먼저 풍수를 확인해야 하고 왕생자(往生者)의 묘지도 풍수를 확인해야 한다. 건축설계업을 하는 우리는 다양한 용도의 건물 설계를 맡게 되는데, 그중 80~90%는 풍수를 고려한다. 어떤 경우에는 입찰 경쟁에서 풍수사를 불러 낙찰자를 결정하기도 한다.
홍콩의 중국은행 건물이 한 자루의 검처럼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있고, 영국계 HSBC 은행의 옥상에는 대포 형태의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모두 풍수와 관련된 매우 유명한 사례이다. 건축과 풍수에 얽힌 이야기는 오랜 시간 수없이 듣고 봐 왔기 때문에 풍수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미래에 집을 사거나 지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을 때 절대로 기이한 것에 현혹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풍수는 남향에 햇빛이 잘 들고, 구조가 반듯하며, 무엇보다 자신이 봤을 때 편안하고 행복한 느낌이 드는 곳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생사는 숙명이요, 부귀는 하늘에 달려 있다(生死有命,富貴在天).” 이는 중국인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사람의 운명은 하늘이 정하는 것이기에, 산명을 가늠하는 기술도 자연스레 생겨났고 그 방법도 다양하다. 여러 산명 방식이 있는데 모두 길함을 좇고 흉함을 피하고 운명적으로 닥칠 일을 예지하며 그 운세를 조정할 수 있다고 내세운다.
결혼 전날 밤, 신랑과 홍콩에 갔을 때였다. 어머니가 우리를 위해 친구이자 유명한 ‘철판신수(鐵版神數)’의 계승자인 둥무제(董慕節) 선생님과의 만남을 주선해 주셨다. 찾아간 방 안에는 책 12권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둥 선생님은 나의 사주팔자에 따라 한약방에서 볼 법한 나무 주판을 탁탁 튕겼다. 그렇게 계산된 숫자에 맞춰 책을 펼치니, 그 안에 적힌 문장이 나의 과거와 미래를 나타냈다. 그때는 아직 어렸던 터라 혹시라도 나쁜 운세가 나올까 봐 걱정돼 한바탕 울음을 쏟았던 기억이 난다.
둥 선생님이 내게 건네준 사주풀이는 어느덧 20년이 넘었다. 당시에는 정말 깜짝 놀랐지만, 인생을 살아보니 사주풀이의 과거는 비교적 정확해도 미래에 대해서는 그저 하나의 참고 자료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세상은 시시각각 변화하기 때문이다.
명리(命理)의 본질은 사실 ‘변(變)’이라는 글자에 있다. 아이들에게 항상 ‘명(命)’이 정해진 것이라 믿는다 해도 길함을 좇고 흉함을 피할줄 아는 이치도 깨쳐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운(運)’이라는 글자에는 ‘주(走)’라는 한자 부수가 있다. 즉, 운은 움직이는 것으로 운명은 얼마든지 스스로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실 중국인의 술수는 모두 <역경(易經)>에서 비롯된 것이다. <역경>은 팔팔육십사괘(八八六十四卦)를 통해 인생의 변화를 나타낸다. “작은 창가에 한가로이 앉아 주역을 읽다 보면 봄이 다 지나간 줄도 모른다(閒坐小窗讀周易 不知春去已多時).” 자고로 역경은 사람을 미혹시키는 숫자 놀음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배울수록 더 큰 혼란에 빠지거나 지나치게 몰두하는 사람들도 많고, 숫자에 자신을 옭아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인연, 운명, 풍수, 명상, 점복 등 삶 속에 녹아든 모든 술수학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선한 마음과 선한 행동, 선한 생각에 따라서 변수가 생기고 자신의 운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결론은 명확하다. ‘선행에는 선한 결과가 돌아온다’는 것이다. 마치 ‘1 더하기 1은 2’인 것처럼 명백한 이론이자 확고부동한 법칙이다. 이것이 곧 삶이 품고 있는 지극히 당연하고도 간단한 진리일 것이다.
<전가> 소개
타이완(臺灣) 작가 야오런샹이 7년 만에 탈고한 역작으로 각각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권으로 이뤄져 있다. 각 권마다 6개의 주제로 나뉘며, 유려한 글과 생동감 넘치는 사진으로 중국인들의 계절별 생활 방식과 전통문화를 기록했다. 저자는 자신의 ‘전가’를 통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저마다의 ‘전가’를 갖게 되기를 희망한다. 이 책은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소장해야 할 ‘전통문화 백과사전’이자, 과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중국인의 생활 속 지혜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입문서’이기도 하다.
저자 소개
야오런샹(姚任祥), 중국의 유명 경극 배우 구정추(顧正秋)의 막내딸이자 국학(國學) 대가 난화이진(南懷瑾)의 제자. 16세에 데뷔한 ‘1세대 캠퍼스 민요 가수’ 중 한 명이다. 타이완의 유명 건축가 야오런시(姚仁喜)의 아내이자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주얼리 디자이너로 20년 넘게 아름다운 작품을 디자인했으며, 작가로서 해외에서 유학 중인 중국 청년들이 전통문화를 잊지 않도록 가르침을 전수하기 위해 <전가>를 직접 집필했다.